두 손 잡고 걷는 길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특별한 느낌

by 진정성의 숲



네모난 대학교 창문으로 아내가 보인다. 책상에 앉아 긴장한 사람들 사이에 아내가 보인다. 오늘따라 마음이 불안하고 긴장된다. 벌써 몇 번의 아내와의 특별한 동행이다. 내 딸아이가 나오기 한 달 전, 배가 남산만 하게 부른 아내가 좀 더 자신에게 당당하기 위한 시험을 보고 있다. 수험표를 꺼내고 필기도구를 준비하는 아내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맘이 짠해진다.


지금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왜 저곳에서 10살도 넘게 차이나 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섞여 어울리지 않는 풍경을 만드는 걸까?


아내와 나는 결혼한지 7주년을 맞이한다. 내 나이 32살 2살 차이인 아내와 결혼했다. 사실 평소 결혼에 대해 생각도 많았고 조심스럽기까지 했던 내가 만난 지 6개월 만에 처갓집에 찾아가 넙죽 인사하고 아내를 얻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가장 빠르게 결정했다. 아내는 대학 졸업 후 영어학원에서 초중고생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강사를 6년째 하고 있었고, 난 거기까지만 알았다. 학교에 대한 말이 나오면 왠지 모르게 말은 돌리는 아내의 모습에,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결혼 후 6개월이 지나서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내가 6년 동안 영어학원에서 쉽게 옮기지 못하는 이유를.. 그것은 전공이었다. 아내의 대학교 전공은 영어가 아니었고, 이점은 다른 학원으로 쉽게 옮기지 못하는 이유였다. 자신 없어 보이는 모습의 아내를 보며 내가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아내와 고민을 공유하며 대학 입시 준비를 도왔다.


2011년 겨울 3개의 대학교에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아내는 만삭이었다. 시험 준비 기간 동안 아내는 입덧을 했고, 식곤증에 몸을 가눌 수 없기도 했다. 정상 컨디션으로 시험 준비를 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내가 안쓰러웠다. 그런데 아내는 강했다. 그 강함은 그동안 겪었을 혼자만의 고민과 직장 내에서의 당당하지 못했던, 꼭 그만큼 강해지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 뱃속에 콩순이(딸의 태명)가 함께했고, 내가 마음으로 빌었다. 합격자 발표날 떨리는 마음으로 합격자 조회를 했다. 그런데 아내의 이름은 없었다.


너무나 실망한 아내를 보는 내 마음이 더욱 아팠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나보다 더 힘든 아내가 있었기에..


그렇게 며칠 후 아내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전화기에서는 상냥한 목소리의 누군가의 음성이 들렸다.


“OOO 씨 OO대 영어영문학과에 추가 합격하셨습니다”


아내는 말했다.


“고마워.. 옆에 있어줘서..”


우는 아내를 한참을 안았다. 난 마음으로 울었다. 고마웠고, 대견했다. 임신한 아내의 몸 상태를 옆에서 지켜본 나였다. 그렇기에 아내의 합격은 그 어떤 것보다 가치 있었다. 시험 합격 후 입학식을 앞둔 1주일 전 나의 딸 다온이가 태어났다. 시험 준비하면서 피곤해해서 아이에 건강을 걱정을 했는데 보란 듯이 4.2kg으로 태어났다. 아내에게 농담처럼 말한다.


“콩순이가 같이 풀어서 간신히 합격한 거야!”


10살 차이 나는 학생들과 경쟁하며, 육아와 학업을 병행한 아내는 하루하루 바쁘게 보냈다.

어느덧 아내는 당당한 영어영문과 졸업생이 되었다. 아내는 예전보다 더욱 당당해 보였고,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모든 인간에게‘자존감’이란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살아가다 보면 배우자를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 전 각자의 이름은 없어지고, 꿈도 없어진다.

서로를 책임져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나의 아내, 나의 남편 이전에 꿈을 가진 한 사람으로 행복해야 한다.

서로의 행복을 지켜주는 과정은 ‘사랑’이 있어야 한다. 사랑은 ‘희생’의 단어를 ‘이해’로 바꾸게 된다.

어느 강연에서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건널 수 없는 강의 반대편에서 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과 같다고..


두 사람의 차이를 인정 못해
강의 폭이 넓어지기 전에,

함께 잡고 있는 손을 놓치기 전에,

내 옆에 있는 그 사람을 다시 보자.


아주 천천히 그 사람을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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