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꽃사진

그 모든 이유에 대하여

by 진정성의 숲


'엄마는 왜 자꾸 꽃사진을 보내는 걸까?'


언제부턴가 엄마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기 시작했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보내는 엄마의 사진에는 항상 꽃이 있었다.



벌써 사회생활 15년차인 나는 그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만큼 단체카톡방도 많았다. 그런데 그 중 연령대가 좀 높은 모임의 카톡방에서는 어김없이 아침 저녁으로 꽃사진이 올라온다. 그때마다 왜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꽃사진을 올리는지 궁금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MZ세대의 문화처럼 그들만의 문화가 아닐까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가 꽃사진을 계속 보내면서 그 궁금증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엄마는 왜 꽃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는 걸까?'


어떤 날은 그냥 꽃사진만 보내고 또 어떤 날은 꽃과 함께 한껏 포즈를 잡고 찍은 사진을 보냈다. 꽃을 찾아다니는 꿀벌처럼 엄마는 매주 어디론가 꽃을 찾아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특이했던 건 엄마는 여기는 어디고 누구랑 갔는지에 대한 일체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사진으로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듯했다.


'엄마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사실 엄마는 사진보다 전화를 더 많이 했었다.

엄마가 아무 설명없이 사진을 보내기 시작하기 전까지

엄마와의 통화는 늘 비슷한 내용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큰 아들, 출근해?"


"응. 엄마"


"언제 한번 엄마랑 밥 한번 먹자고..."


"응. 엄마. 지금 사람들이 많아서 내가 다시 전화할께..."


"응... 그래. 다시 전화해..."


나는 다시 전화하지 않았다. 이렇게 몇 번의 통화가 같은 내용으로 반복되었다.


'어쩌면 엄마가 보내는 꽃사진은 자식에 대한 서운함을 알아달라는 신호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미안한 마음에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약속을 잡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낙지집에서 우리는 단 둘이 저녁을 먹었다.

나의 무거운 마음과는 다르게 엄마는 아주 밝아 보였다.


넌지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근데 왜 자꾸 꽃사진을 보내는 거야? 그것도 아무 설명도 없이?"


"응? 꽃사진? 하하하! 그냥 나이가 드니깐 이상하게 꽃이 너무 좋아지는거 있지. 젊었을 때는 꽃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은 길 가다가도 길바닥에 핀 작은 꽃도 눈에 들어오는 거야. 그래서 길 가다가도 멈춰서 사진을 찍는 다니깐. 하하하"


"그래? 궁금했었어. 엄마가 꽃사진을 보내는 이유가."


"하하하. 뭐 큰 의미는 없어. 근데 그냥 활짝 핀 꽃을 보면 왠지 젊은 시절에 나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쭈글쭈글해서 거울도 보기 싫은데 꽃 속에 있으면 왠지 나도 꽃이 된 느낌이랄까? 하하하."



엄마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을 척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짠했다.


엄마가 꽃사진을 보내는 진짜 이유.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건 아마도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젊은 시절 엄마는 그 자체로 꽃이었겠지.

자신이 꽃이기에 꽃을 볼 필요가 없었겠지.


그런데 시간이 흘러 달라진 자신을 모습을 보며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었겠지.


아름다웠던

그 젊은 시절의 자신을 곁에 두고

잊지 않고 싶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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