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기억하는가

지하철독서-488

by 진정성의 숲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록해놓는 것도


또 다른 형태의

소외된 기억 행위이다.


기억하고 싶은 것을

종이 위에 옮겨놓음으로써


나는

그 정보를 소유하기에 이르며


그것을

머릿속에 새겨놓으라고

애쓰지 않는다.


기록한 것을,

그러니까 기억하고자 하는 것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나는

그 지식을 소유하고 있음을 확신한다,


기록 형태어 담긴 기억이

외화된 나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렸으므로,


나 스스로의 기억능력은

떠난 셈이다.




몇 년 전

다이어리 사용법을

배웠다.


일상을 살며

놓치는 것들이 하나, 둘씩 늘어감에

위기감을 느꼈다.


평생 Plan

나이 때 별 Plan

년 Plan

월 Plan

일 Plan


일 Plan을 다시 쪼개어

시간으로 기록했다.


예전보다

놓치는 것들이 조금씩 줄어들었고

기록된 것을 남김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기록된 모든 것들은

언제든지 내가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의 '자산'이라 생각했다.


그 후

나의 '기억 자산'은 늘어만 갔다.


1년이 지나고


다시

2년이 지났다.


기록은 계속됐지만


한 번도

그 기록을 다시 보지 않았다.


생각했다.


기억

기록


그 단어의 의미를...


생각했다.


지금까지


나의 기억은

선물상자에 담기고 있었던 걸까

쓰레기통에 담기고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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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리히 프롬 지음, 차경아 옮김, 소유냐 존재냐, 까치(1996),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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