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랑과
상처의
크기가
같다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하지 않기 위해 사랑한다는 말과
같지 않을까?
"이젠 더 이상 사랑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첫사랑의 달콤함과 애틋함만큼 첫 이별의 후유증은 잔인했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며칠을 울었는지 모른다. 그냥 눈을 뜨면 보이는 모든 것들이 슬펐다. 가슴에 대포알이 지나간 듯 큰 구멍이 뚫렸고 그 사이로 시린 바람이 지나갔다. 사실 난 이미 이별을 몇 달 전부터 직감하고 있었다.
제대가 6개월 정도 남아있는 시기에 J는 이별을 통보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 일과를 끝내고 걸었던 안부 전화에 J는 이별을 통보했다. 처음에는 장난치지 말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수화기 넘어 J의 흐느낌이 몇 분간 지속되면서 나도 같이 벙어리가 되었다. 그날 저녁 난 바로 소대장에게 가서 휴가를 보내달라고 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뭔가를 꾸며낼 상태가 아니었다.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지만 내 귀로 내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로 상기되어 있었다. 소대장은 내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결국 얼마 후로 예정되어 있던 말년 휴가를 앞당겨 줬다.
얼마나 J 앞에서 울었을까?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이별이란 단어를 J의 입속으로 다시 넣어 버렸다. 하지만 제대를 한 후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해도 하고 싶지 않았다. 상처가 나를 삼켜 버리는 게 무서웠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상처가 조금은 아물었을 때쯤 친구와 작은 포차에서 소주 한 잔을 했다.
"야! 언제까지 그렇게 청승맞게 있을래?"
"그냥... 누구를 사랑한다는 거 자체가 무섭다."
"야! 그렇게 겁이 많아서 앞으로 누구 만나겠냐?"
그랬다. 난 용기가 없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걸 몰랐다.
상처받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친구의 말에 벌컥 겁이 났다.
정말 앞으로 누군가를 못 만나면 어떡하지?
벚꽃잎이 떨어지던 봄.
무심코 들어간 작은 서점에서 책을 펼쳤다.
잠시 동안 책 페이지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했던 사랑과
내가 하고 싶은 사랑과
내가 할 사랑에 대해서.
그리고 다짐했다.
사랑하자!
다시 사랑해 보자!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아니
'언제든 상처받을 준비가 된 것처럼!'
-진정성의 숲-
#사랑 #상처 #글 #에세이 #봄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