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아빠, 죽으면 내 생각은 어디로 가는 거야?"
"어?"
열네 살 딸아이가 대뜸 물었다.
옆에 있던 아내와 난 잠시 아무 말도 못 하고 서로를 쳐다봤다.
다음 말할 기회를 눈빛으로 서로에게 양보하고 있었다. 아니 떠넘기고. 있었다.
똘망 똘망 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딸아이의 얼굴에는
1%의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순수함에 있었다.
그 새하얀 순수함에 우리는 압도 당해버렸던 거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음... 그건...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일단 시간을 끌기 위해 반문을 선택했다.
"죽으면 그냥 다 없어지는 거 아니야?"
"그치. 그럴지도 모르지. 사실 아빠도 잘 모르겠어.
아니, 세상 어떤 사람도 알지 못하지 않을까?
죽어 본 사람이 없으니깐?"
"그건 그렇네...'
딸아이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던 잠시 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한 마디 했다.
"아. 그래서 책이 있는 건가?
생각이 없어지지 않게 담아 두려고."
"어?... 그래, 그렇지."
그렇게 딸아이는 현자 같은 말을 하고는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쏜살같이 나갔다.
아내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래서 아이가 최고의 스승이라고 하나 봐..."
-진정성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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