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긍정

에세이

by 진정성의 숲


"왜 그렇게 부정적이야?"

"그런 얘기는 할 필요 없잖아!"


그녀는 말했다.


"자꾸 날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마!"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대화가 또 시작됐다. 긍정과 부정의 극단에 서서 서로에게 활을 쏘고 있었다. 우린 절대 서로의 자리에서 한 발도 떼지 않으려고 했고, 결국 자석의 S 극과 N 극이 되었다. 난 그녀가 이해되지 않았다. 바꿀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고 다가올 미래의 불안을 현재로 가져와 괴로워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 그녀에게 난 말했다. 이쪽으로 오라고 그쪽에 있는 것 자체가 틀린 거라고. 왜 그쪽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느냐고.


그녀를 나무라고 비난했다.


어느 날 오후 우연히 유튜브에서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강연을 보게 됐다.

인간의 감정에 대한 신간을 소개하며, 책에 한 구절을 소개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질투, 화, 분노를 인정해야 합니다.

지극히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감정을 판단하지 않아야 합니다.

감정을 그냥 감정일 뿐입니다. 그 안에 옳음과 그름은 없습니다."


그녀와 말다툼했던 순간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때의 나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았다.

순간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라는 그녀의 말이 송곳처럼 내 가슴에 꽂혔다. 그리고 깨달았다.


난 정의의 사도였고 그녀는 악당이었다.

나는 옳은 사람이었고 그녀는 나쁜 사람이었다.

그녀에게 억지로 올라오는 감정을 부정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그녀가 부정적인 마음을 가졌다는 것 자체로 죄책감이 들게 만들었다.


그래.


그녀의 감정을

먼저 공감했어야 했다.


그녀를 억지로

내 쪽으로 끌고 오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녀가 있는 곳도

내가 있는 곳도

모두가 있을 수 있는 곳이라는 걸

인정했어야 했다.


인간의 모든 감정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걸 알았어야 했다.


강요된 긍정은

오히려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야 했다.


-진정성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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