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별이 되다(자월도)

춤추는 별이 되다

by 진정성의 숲


"엄마! 이제 방학이니깐

우리 자월도에 가도 되지?"


"벌써 그렇게 됐어? 그럼 가면 되지?"


"아싸!"


섬은 우리에겐 놀이동산이었다.


방학만 되면 엄마는 늘 외할머니가 사는 섬에 우리들을 보냈다. 엄마와 우리는 죽어도 떨어져 있기 싫어했지만 방학기간만은 예외였다. 엄마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와 함께 오지 못했지만 그나마 이 시간이 엄마가 혼자 좀 더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엄마는 꼭 가는 배에서 먹으라고 출발하기 전날 밤 늘 김밥을 샀다. 아침에 우리가 일어나면 어김없이 태권브이가 그려진 파란색 네모난 도시락 2개에 김밥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그리고 유리로 된 접시에는 자르고 남은 김밥 꽁다리가 들쑥날쑥 세워져 있었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노란색 단무지가 가작 우뚝 솟아있는 김밥 꽁다리를 입으로 넣었다. 햄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엄마가 싼 김밥은 최고였다.


"은수야! 이제 정신 차리고 나갈 준비해야지?"


"아... 5분만 더 있다가 일어날게"


"안돼~방학이라 부두에 사람 많을 거야. 시간 맞춰 가야지!"


은수는 잠이 덜 깨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지만 나는 이미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난 어른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수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집에 혼자 있는 은수가 늘 걱정됐다. 혹시 은수가 혼자 있다가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까부터 이런저런 생각에 늘 불안했다. 그리고 아빠는 우리 곁을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부터 난 엄마를 지켜야 하는 기사였다.


빨간색 준형 승용차가 집 앞 대문 앞으로 천천히 다가와 섰다. 막내 이모의 두 딸인 미혜와 미선이가 뒷자리에서 우리는 무표정으로 빼꼼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와 은수는 막내 미선이와 같이 뒷자리에서 탔다. 지금까지 친척들은 한 번도 우리 집 안으로 들어와 본 적이 없다. 당연히 친척 동생인 미혜와 미선이도 외갓집에서 가장 잘 살았던 외삼촌댁에서 1년에 두 번 정도 명절에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먹서먹해했다. 사실 이모를 우리 집 앞에서 보는 것도 신기했다. 외갓집 식구들은 아빠를 정말 싫어했다. 그 미움이 언젠가부터 엄마와 우리들에게까지 번져 있었다. 이번에는 그래도 이모가 미선이랑 미혜랑 같이 섬에 가게 돼서 우리까지 태우러 온 것이다.


"잘 갔다 와! 은성아! 은수야!"


"정숙아! 우리 은성이랑 은수 좀 잘 챙겨주고... 고마워..."


"그래... 언니"


이모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문을 닫고는 출발해 버렸다. 엄마한테 잘 있으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놓쳐 버렸다. 이모한테 문 좀 열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안 떨어졌다. 그렇게 자동차 뒤에 난 창으로 우리가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던 엄마를 나도 끝까지 쳐다보았다. 그 후로 40분쯤 후에 부두에 도착한 우리는 표를 사고 배에 올랐다. 이모는 우리보다 두 살씩 적은 두 딸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가 방에 누웠고 나와 은수는 선실 밖으로 나와 2층 올라가 갈매기한테 새우깡을 던져주며 놀았다. 은수는 갈매기가 무섭다고 새우깡을 하늘로만 던졌지만 난 형이니깐 손가락 엄지와 검지로 새우깡 하나를 잡아들었다. 살짝 떨렸지만 버텼다. 난 형이니깐. 순간 갈매기가 순식간에 내가 집고 있은 새우깡을 부리로 낚아채 날아가 버렸다.


'부~~웅~~~~~'


콩알만 하게 보였던 섬이 코앞으로 보일 때 뱃고동 소리가 울렸다. 이모와 우리들을 짐을 챙겨서 줄을 섰다. 방학이라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배에 달린 타이어와 선착장에 있는 타이어가 부딪쳐 갑자기 흔들리는 바람에 순간 은수가 넘어질 뻔했지만 내가 두 팔로 꽉 잡아서 괜찮았다. 선원이 큰 소리로 알 수 없는 말을 외치며 배에 있던 나무로 된 막대기를 선착장으로 댔다. 한 사람씩 사람들이 얇지만 긴 막대를 걸어 선착장으로 뛰었다. 선착장에서는 다른 선원들이 어린아이에 손을 잡아 주었다. 우리 모두가 선착장에 발을 딛는 순간 멀리서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아프리카 사람처럼 곱슬 거리는 머리에 까만 피부. 선호형이었다.


-진정성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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