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골목길 안쪽 뒷고기집
회색빛 구석 자리
은빛 동그란 깡통 테이블
마주 앉은 그와 나
서른 하고도
한 해가 걸렸네
우리의 처음과 끝
그 점에 꽉 찬 공기 사이로
바람과 비와 구름이 가득하네
서로의 눈 안에
바다가 채워지고
거센 파도는 밖을 향해
으르렁 거리네
한 줄 주름이
백 줄 천 줄이 되면
다시 만날까
기약 없는 시간이
눈앞에서 다시 사라지네
원망, 분노, 저주로만
살아 있을 수 있었던 나
내일은 절대
그렇게 살지 않기 위해
지금 이곳에 앉아 있네
뒷고기 익는 연기는
몇 백 톤의 파도를
눈 밖으로 쏟아지게 하네
마지막으로
나를 닮은
그가 물었네
"친구 하면 안 될까?"
내 앞에 놓인 거울이
나를 보며 글썽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