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특별한 느낌
고등학교 동창 결혼식 당일.
나는 결혼식 축가를 맡아 결혼식장에 한 시간 정도 먼저 와서
노래 MR파일과 마이크 볼륨 등을 확인했다.
모든 것은 순조롭게 준비되었고,
결혼을 할 친구는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인사를 하며 결혼식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혼식 시작이 얼마 안 남은 시간.
원래 함께 오기로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 어떡하지... 너무 오래된 신발을 모르고 신고 나와서 밑창이 계속 부스러져..."
"뭐? 왜 밑창이 부스러져? ㅎㅎㅎ 뭔 소리야~~"
"지하철에서 자꾸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따라 오셔.... 아놔...."
"왜 널 따라와? ㅎㅎㅎ"
"부스러기가 떨어져서 따라오시면서 치우시고 계. 신. 다...."
"ㅎㅎㅎㅎㅎㅎ아니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뭘 얼마나 흘려지길래ㅎㅎㅎㅎㅎㅎ"
결혼식 축가 때문에 집중하고 있었던 내게 그 친구는 복병이었다.
급기야 신발이 너무 상해서 버려야겠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야... 나 지금 신발 버. 렸. 다. 아... 휴...."
"그럼 어떻게 해?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나 양말만 신고 지하철 대기하면서 의자에 앉아 있어... 발 밑으로 숨기고...
근데 곧... 열차 온다... 아... 휴... 일단 전화 끊어봐.."
그리고 잠시 후 카톡을 사진 한 장이 왔다. 참혹한 신발의 모습...ㅎㅎㅎ
생각했다.
'버렸다고?... 그래 잘했다.... 이거 신고 결혼식 왔으면 대박 났을 거다...ㅎㅎㅎㅎㅎ'
다시 친구로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나 어떡하지... 일단 양말만 신고 전철 탔어"
"ㅎㅎㅎㅎㅎ 그래 일단 잘했어ㅎㅎㅎㅎ"
"사람들이 자꾸 본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럼 일단 이렇게 하자.
결혼식장이 있는 지하철역이 우리 집 하고 가까우니깐
내가 집에 얘기해서 와이프한테 내 신발이라도 너 갖다 주라고 할게"
"응..."
친구는 이제 모든 상황을 받아들인 듯 평온한 상태로 얘기를 했다. 그래서 난 더 웃겼다.
결혼식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아
재빠르게 아내한테 전화해서 이 상황을 얘기했고, 아내가 친구에게 내 신발을 챙겨서 주기로 했다.
전화를 끊고 난 마음을 다 잡았다. 이젠 내가 두려움에 빠지게 됐다.
혹시 축가 부르다 생각나서 웃으면 대형사고다. 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결혼식은 시작되었고, 내 축가가 끝나고 나서야 식장에 도착한 그 친구는 내 신발을 신고 있었다.
이젠 그 친구 얼굴만 봐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얼마가 지나 우리 집에 그 친구가 놀러 왔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친구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엄마. 저 삼촌 양말만 신고 지하철역에 있었던 삼촌 아니야?"
이게 무슨 소린지... 딸아이가 어떻게 그걸 알고 있지?
의아한 마음에 아내에게 물어보니 그날 아내도 바쁜 일이 있어서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와 딸아이 친구 둘에게 심부름을 시켰다는 것이다. 아이의 눈에도 양말만 신고 지하철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삼촌이 이상하긴 했던가보다. 낯가림이 좀 있는 딸아이가 지금도 그 친구는 이상하게 편하게 생각한다.
상상해 봤다.
초등학교 2학년인 친구의 딸과 그 친구가
양말만 신고 있는 친구에게 가서 내 신발을 건네는 모습을...ㅎㅎㅎㅎㅎ
그 일을 겪고 난 후에 친구가 신발을 사는 기준은.... 편안함이 아니라 무조건 튼. 튼. 함이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에피소드를 갖고 살아간다.
'예기치 못한 상황은
예기치 못한 웃음을 만들고
예기치 못한 웃음은 다시
예기치 못한 추억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