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생일 주간(2)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특별한 느낌

by 진정성의 숲


'뚜둥!'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준비했던 노력이 한순간에 다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뭐 아내가 나를 평가하거나 무엇을 특별히 원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한번 시작했으니 비싼 곳에서 으리으리하게 준비하지는 못해도 일단 기분 좋게는 해주려 노력해보자!!


먼저,

평소 친하게 지내온 내 친구들을 초대했다. 카카오톡으로 아내의 생일 '본 행사' 일정을 보냈다. 사실 이렇게 보내본 건 처음이었다. 준비하는 나도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격식?ㅎ을 갖추어 친구를 초대했다. 한 친구는 일이 있어 한 명의 친구만 본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모바일 초대 공지(아내는 조 씨이다)


카톡을 보내자 친구에게서 바로 답문이 왔다.


'헐'


사실 내가 친구의 아내 생일에 이런 문자를 받았다면 어이가 없을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일단 이 친구는 거의 패밀리 수준이기에 기탄없이 초대장을 보냈고 친구는 초대에 응해주었다. 친구는 자꾸 뭔가 덫에 걸린 느낌이라며...ㅎㅎㅎㅎㅎ 친구야! 앞으로 내가 더 잘할게... ㅎㅎㅎㅎㅎ


이렇게 참석자가 확정되는 듯했으나, 아쉽게도 딸아이는 장모님 댁에 가야 할 일이 생겨서 참석하지 못했다. 요즘 외식을 할 때 무조건 1/N(딸아이 포함ㅎ)을 하다 보니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할머니랑 놀게 돼서 더 좋아하는 눈치다. 암튼 이렇게 내 친구와 함께 아내의 생일을 보내게 되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아내가 올 시간까지 기다리며 행사장소를 폭풍 검색했다. 사실 아내는 소주파다. 그래서 아내의 니즈와 나의 니즈(뭔가 피곤한 느낌적인 느낌)를 반영하여 어느 한 장어집을 선택했다.

그러고 나서 아내와 친구가 같이 초대되어 있는 카톡방에 위치와 장소를 보냈다.

그런데 묵묵부답...


얼마 후 전화가 왔다.

벌써 아내와 딸아이는 학원 근처에 살았던 내 친구를 태우고 우리 집 쪽으로 오고 있었던 것이다.

재빠른 녀석들...


딸아이를 데려다주고 우리는 아내가 '최애'하는 참치집으로 향했다.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 내가 미리 예약을 해놓았다. 역시 소주에는 참치가 진리라는 생각을 해 갈 때쯤 우리 앞에는 소주 4병이....



사실 우리에겐 최근 공통 이슈가 하나 있다. 얼마 전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만들었던 단체 카톡방이 바로 그것이다. 일명 '장가계' 단톡 방. 마흔 하나인 친구는 아직 미혼이다. 친구는 살이 좀 있는 편이어서 나와 아내는 살만 조금 빼면 바로 장가를 갈 수 있을 거라며 강력히 실행에 옮길 것을 강요? 했다.


그러면서 나와 아내는 우리 배를 보았고...

조용히 우리는 친구에게 같이 해야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결성된 다이어트 카톡방 '장가계'.

장가계의 친구가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과 여자 친구가 생겨 결혼까지 하게 되면 우리 부부와 함께 중국의 명소 '장가계'에 부부동반으로 여행 가자는 이중적인 뜻을 담고 있다. 만든 지 일주일이 된 카톡방은 각자의 하루 식사를 서로 공유하기로 했는데, 그 공유한 게 다 너무 맛있고 고칼로리 음식이라... 다이어트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우리는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참치집이 정리하는 분위기인데 자리를 계속 이어가려는 아내를 향해 나와 친구가 말했다.


"나 내일 회사에 중요한 일 있는데..."

"난 내일 평소보다 30분 먼저 출근해야 되는데..."


아내가 말했다.


"난 내일 다온이도 학교도 안 가고 센터도 안 가는데?"


"어... 그렇구나..."


그 후 30분이 지났고, 우리 앞에는 소주 5병이 있었다.

근데 나는 이상하게 취하지 않았다. 아내는 특유의 눈빛을 발사했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자리를 정리하고 대리기사를 불렀다. 5분 정도 되자 바로 기사님이 오셨고,

우리 집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그리고 집에서 살짝 마무리하려는 순간, 아내가 말했다.


"노래방 가자!"


속으로 외쳤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하지만 나의 몸은 우리 집 근처 2층 노래방에 들어가고 있었다. 가자마자 맥주를 시키고 노래를 부르는데 그때부터 나와 친구가 갑자기 아내보다 더 feel~이 충만해진 거다. 80~90년대 학창 시절에 불렀던 노래, 트로트 메들리 등을 예약하고 갑자기 춤까지 추며 난리가 난 거다. 아... 이 흥부자들....


전사의 후예, 사나이 가는 길, 낭만 고양이, 자기야, 셀럽이 되고 싶어...


그렇게 꼬박 1시간을 거의 서서 노래를 불렀다. 오늘만 살 것 같이 우리는 달렸다.



노래방 시간이 끝나고 가게를 나오면서 아내가 말했다.


"안 간다더니 안 왔으면 클날 뻔했고만?...ㅎㅎㅎ

그래도 너무 웃기고 좋았어"


좀 아니 많이 민망했지만,

아내가 있어서 나와 친구의 흥도 두 배로 터진 거라며 애써 변명을 했다.


이렇게 행복해하며 즐기는 아내의 모습.


얼마만인가.


아내의 노랫소리, 웃음소리.


지금 아내는 두 가지의 일을 하고 있다. 요양센터에서 복지사들이 활동체크를 하는 일과 영어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두 가지 일이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엄연히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있고, 결혼 전 영어학원에서 7년 넘게 강사일을 했다.


사실 두 가지 일을 시작한 후 퇴근 후 마주치는 아내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 차 있었다.


아이를 학교에 등교시키고 차를 타고 하루에 할당된 집들을 돌며 체크하고 저녁에는 영어학원으로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정은 남자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쓰러워 보였다. 그리고 미안했다.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뜨거웠다.


아내의 생일 주간. 본행사를 마치고 들어온 집.

침대에 누운 아내의 얼굴을 천천히 그리고 깊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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