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회사 후배와의 약속
약속 장소
영등포구청역
갑자기 쏟아지는 비
역 근처 작은 건물 입구
비을 피하며 통화하는데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내 팔을 살짝 치며
무슨 말을 하려 했다.
"비가 와서 못 가고 있는 거예요?"
"네... 잠시 비 피하면서 어떻게 할지 생각 중이에요."
"그럼 잠시만 있어봐요"
"네?"
작은 건물
지하로 연결되는 계단
내려가시는 아주머니
잠시 후
무언가를 가지고 올려오셨다.
'빨간 우산'
"이거 가져가서 써요."
"네?"
"이거 우산살이 꺾인 부분이 있는데
그래도 임시로 쓸 만은 할 거예요"
무심한 듯 말씀을 하시고
다시 지하로 내려가시는 아주머니
잠시
내 손에 들린 빨간 우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수많은 시련과 고난의 비를 맞으며
살아왔다.
그때마다 온몸이 젖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해가 뜨는 날을 기대하며 버틸 수 있었던 이유
그건 모두
나에게 우산을 빌려주었던
'사람'
덕분이었다.
'사람우산'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