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스트처치에서의 첫날

D+4 걸어서 시티투어

by 캔디부부

벌써 뉴질랜드에 온지도 4일째다. 이곳은 여전히 춥고, 여전히 조용하다. 어제저녁 늦게 이곳 크라이스트처치로 이동했는데 확실히 오클랜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도시 같다. 그래서 오늘은 크라이스트처치 탐방을 하기로 했다. 뉴질랜드에 온 다음부터 추운 날씨 탓인지 감기 기운이 살짝 있었기 때문에 감기약을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 알록달록 여러 가지 색의 감기약. 든든히 먹었다. 타지에서 아프면 안 되니까.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all stars inn on baelay]라는 백팩커 숙소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오클랜드와는 어딘가 다른 느낌의 사람들과 함께 혼성 도미토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우리가 지내는 방은 남자 2명, 여자 6명이 함께 지내고 있는데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옷을 훌러덩훌러덩 막 벗어버리는데, 아주 당황스러웠다. 하하.


비행기 지연으로 어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둘 다 2층 침대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도저히... 무서워서 사용하지 못하겠는 2층 침대다. 흔들흔들거리고 오르락 내리락도 눈치 보이고 힘들었다. 그래서 카운터에 가서 잘 이야기했다. 물론 영어로. 민폐갑...이 된 기분이기는 해도 아래층으로 이사오니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다. 그렇게 침대 이동을 하고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KakaoTalk_20160909_193143681.jpg


으메~추운 것. 어째 더 추운 거 같아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서울보다 18도나 낮다고 한다. 왜 날씨를 이렇게 계산했지? 옷깃을 여미고 신랑 손 꼭 붙잡고 시내 탐방을 출발했다. 어젯밤에 캐리어 끌고 걸었던 거리, 사실 너무 무서웠다. 으스스했다. 그런데 밝을 때 보니까 조용하고 깔끔한 것이 아주 다른 동네 같았다. 신호등은 버튼을 눌러야 불이 들어오고, 한국과 반대인 차선, 반대인 운전석은 운전하는 사람이 없는데 차가 혼자 가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기 딱이다. 계속 깜짝 놀란다.

KakaoTalk_20160909_193137315.jpg
KakaoTalk_20160909_193134607.jpg
KakaoTalk_20160909_193130080.jpg

아직 출근 전인 사람들은 각자 집 앞에 알록달록 차를 세워놓고, 그 모습마저 예뻐 보였다. 시내까지 나가는 길에는 가족공원도 있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들 미끄럼틀, 그네를 타며 꺄르륵 웃고 있었다. 숙소에서부터 삼십 분 정도 걸었나. 중간에 따뜻한 커피의 유혹이 있었지만, 잘 참고 견뎌냈더니 우리 앞에 나타난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의 모습이었다. 이곳 크라이스트처치는 2011년에 일어난 6.5 규모의 강진으로 도시가 많이 아팠다. 지금은 복구작업이 한창이지만 아직까지도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인 것만 같은 아픈 모습이었다.

KakaoTalk_20160909_193123658.jpg
KakaoTalk_20160909_193106227.jpg
KakaoTalk_20160909_193108836.jpg


지진과 화재는 다르겠지만.. 그냥 이성당을 보는데 우리 교회가 생각났다. 우리의 모교회도 큰 화재가 나서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는데. 그 생각이 났다. 성당을 앞에 두고 고개를 돌리니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사라졌다가 16년 전부터 다시 운행을 시작하여 요즘은 관광목적으로 운행한다는 트램도 있었다.


KakaoTalk_20160909_193117109.jpg
KakaoTalk_20160909_193102833.jpg

마치 유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타보지는 못했지만 느낌이 그랬다. 그리고 눈앞에 길거리 체스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길거리에서 대왕 체스를 두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이곳 근처가 분명히 시내라고 했는데, 도시의 중심이라고 했는데 지진의 후폭풍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가 오클랜드 번화가에 있다가 와서 그런 건지 정말 아무것도 없는 모습에 실망했다. 너무 큰 기대를 했나?


밥을 다 먹고 버스터미널에 가서 숙소로 이동하는 44번 버스를 탔다. 도착한 숙소에서 드디어 빨래를 했다. 1달러를 주고 세제를 사고, 4달러를 주고 세탁을 하고, 또다시 4달러를 주고 건조하면 빨래 끝. 사실 나는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약을 먹고 잠들었고 눈을 뜨니 내 옆에 예쁘게 정리되어있는 빨래들이 있었다. 멋진 신랑. 그리고 시작된 식사 준비. 오늘 저녁은 감기로 헤롱 거리는 나를 위해 신라면으로 선택했다. 한국식품을 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시티에 나갔을 때 metro mart에서 샀다. 신랑이 요리사가 되어 라면을 먹고, 밥까지 말아먹었다. 뉴질랜드에서 산 밥이었는데, 영 별로다.

KakaoTalk_20160909_193013935.jpg


뒤에 바쁘게 요리 중인 언니들의 모습이다. 그중 검은색 옷을 입은 분이 라면 냄새 맡더니 엄청 기침을 했다. 너무 민망하고 미안한 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근처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 와서 요리를 하는 것 같았다. 생닭에 계란을 풀고 뭘 만들지 않나, 야채를 크게 썰어서 볶지를 않나. 이것이 문화 차이인가? 그렇게 저녁식사까지 마친 후 우리는 다시 집을 알아보기로 하고 노트북을 가지고 모였다. 플랫으로 집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뉴질랜드에서는 플랫의 개념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플랫은 한국의 셰어하우스 느낌? 주방과 욕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방만 따로 사용하는 그런 느낌이다.


오늘 시내 탐방을 다녀왔더니 오히려 시내 쪽에는 뭐...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고 그래서 좀 외곽 쪽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3군데 정도 연락을 돌린 후 연락을 기다렸다. 1군데는 문자를 보냈더니 읽씹 했다는 슬픈 이야기, 하지만 곧 답장이 와서 매우 신나 했다는 기쁜 이야기, 그 답장에는... 내일... 전화를 하겠다는 무서운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곳 뉴질랜드 알다가도 모르겠다. 차츰차츰 적응하겠지 뭐. 내일은 집, 일자리 등을 알아보고 주일에 갈 교회도 알아보고 알찬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굿나잇





워홀일기.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