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제공동체에서의 소중한 기억
최근 가구를 옮기며 집을 정리하다 발견한 여행노트. 그곳에 기록되어있던 떼제에서의 묵상일기.
매일매일을 알리는 헤시태그와 함께 때로는 길게, 때로는 짧게 기록된 나의 묵상일기를 나눠본다.
17.10.22 첫째 날 주일 저녁
#내려놓음 #축복
"이제 나에게 집중해 주겠니?"
떼제에 오기 전 가장 많이 했던 고민과 걱정은 언어에 대한 부분이었다. 아니, 사실 현재 진행형이다. 동양인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 그렇기에 한국어를 기대할 수 조차 없었다. 그래도 아직 '나눔'시작 전인 지금. 그저 언어 때문에 벽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하루 종일 같은 고민을 하는 나에게 주신 마음. "내려놓아라, 이제 나에게 집중해주겠니?" 떼제에서의 첫날, 기대하던 것 이상으로 보고 느끼게 하신 하나님. 이곳에서의 일주일이 기대가 된다. 화이팅하자!
17.10.23 둘째 날 아침 기도
#중심 #집중 #中
계속해서 걱정하던 언어에 대한 것들을 내려놓은 후라 그럴까? 내 마음도 주님께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주님께 모든 것을 집중하는, 내 삶의 중심이 주님이 되는 삶이 내 삶이기를! :-)
17.10.23 둘째 날 저녁기도
#연약함
내가 이렇게 잡생각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떼제 예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사람들의 기침소리, 악보와 다르게 부르는 노래.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인데 끊임없이 집중하는 나를 보며, '아, 내가 이렇게 연약하는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은 나의 연약함을 직접 느끼는 시간들으로 보냈으니 앞으로 남은 시간들을 온전히 주님께 올려드리는 시간 되도록 깨어있어야겠다. Thanks Lord, Bless the Lord.
17.10.24 셋째 날 아침 기도
#동행 #함께하심
The Lord is my helper. I will not be afraid. What can anyone do to me? 히브리서 13장 6절의 말씀이 나를 울렸다. 늘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계속해서 기억할 것!
17.10.24 셋째 날 낮기도
#침묵 #하나님 음성 듣기
#내게 주시는 하나님 마음
언제나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묵상하는 것. 편안한 침대, 따뜻한 물의 샤워, 푸짐한 식사가 아니어도 내가 감사할 수 있는 것. 떼제에서의 공동기도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하나님이 늘 내 곁에 계심을 계속해서 깨닫는 시간이 되기 때문. 이 시간들이 사람들 마음속에 "자유"로 다가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은 시간.
17.10.24 셋째 날 저녁기도
#회복 #예배를 통한 회복
저녁 배식이 오늘따라 너무 힘들었다. 괜히 우리 일이 더 힘든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내 마음에 불평이 가득했다. 힘든 마음으로 드리러 온 저녁기도에서 주님이 내게 주신 마음은 회복에 대한 마음이었다. 지친 내 마음을 위로해주시는 듯 찬양으로 올려드리는 기도가 내 마음을 울리기 시작했고, 이 예배를 통해 분명히 회복시켜주실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내 안에 있었다. 지친 마음으로 드리기 시작한 예배까지도 회복의 은혜를 허락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온전한 회복을 경험하게 되길 소망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28.
17.10.25 넷째 날 아침 기도
#함께 기도하는 것
처음엔 함께하는 공동기도가 어떤 것인지 잘 몰랐다. 한국에서는 늘 나를 위한 기도를 했고, 평화를 위한 기도가 주가 되었던 적이 있나? 모르겠다. 계속해서 모여 함께 기도한다. 이것이 평화를 위한 기도를 포함한다는 것이 놀랍게 느껴진다. 2500명~2800명이 있다는데. 어쩌면 이들의 기도가 세계의 평화를 만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 기도가 한반도 땅에도 흘러가기를.
17.10.25 넷째 날 낮기도
#사랑의 나눔
Ubi caritas et a mor
Ubi caritas Deusibiest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도다
17.10.25 넷째 날 저녁기도
#감사
저녁기도 때 계속해서 내게 주시는 마음은 감사에 대한 마음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작은 것까지도 감사하는 삶이 계속 생각났다. 새로운 수사님 한 명이 세워진 날. 뭔가 그 수사님을 위해 계속 기도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수사님의 삶도 감사로 고백되기를 :)
17.10.26 다섯째 날 아침 기도
#빛
세상의 빛으로 살아가는 삶.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충분히 생각하는 하루 되길.
17.10.26 다섯째 날 성경 나눔
야망을 가지는 것, 내 시간을 가지는 것.
하나님은 모든 것을 다 아시는 분.
내 생각을 해도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인가?
17.10.26 다섯째 날 낮기도
#침묵
17.10.26 다섯째 날 저녁기도
#감사함으로
이곳에서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
일할 수 있는 건강 주심에 감사
예배할 수 있음에 감사
찬양할 수 있음에 감사
17.10.27 여섯째 날 낮기도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17.10.27 여섯째 날 저녁기도
#화해는 뭘까?
#침묵
17.10.28 일곱째 날 아침 기도
#자유 FREEDOM
#교제하고 싶어 하시는 하나님
일곱째 날, 떼제 커뮤니티 저녁기도
떼제 공동체에서 일주일의 시간을 보냈다. 돌아보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가장 확실한 것은 떼제 공동체에서의 시간은 내가 처음 경험한 새로운 것들이 가득했고, 그 안에서 배운 것, 생각한 것이 많다는 것이다.
처음 떼제에서 기도를 했을 때 사실 그저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음악을 사용해서 예배하다 보니 내겐 그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간, 그것도 4 성부로 노래하다니. 내겐 음악시간에 불과했던 것 같다. 처음엔 눈치 보느라, 노래 익히느라 그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며 점점 이곳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아는 찬양이 많이 생길 때쯤부터 예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참 신선했다. 사람들이 찬양에 집중하고 그것을 예배로 끌어간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그 속에 빠지게 될 때쯤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배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떼제 커뮤니티에 속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노동할 수 있는 건강을 주심에 감사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 마음을 가지고 가는 것은 역시나 힘들었다. 생각보다 고된 노동에 계속해서 지쳐갔고, 그 지침이 계속해서 예배를 방해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 감사로 고백하던 것들에 불평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슬슬 뒤로 빠지며 게을리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식단으로 불평하는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이미 내 마음에 감사는 사라지고 난 뒤였다. 그런 마음들이 자리 잡고 난 후부터 더욱더 깨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늘 깨어있어야 한다고 고백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계속해서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떼제공동체에서 가지는 침묵의 시간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 기침소리, 등등 나를 어렵게 하는 건 여전했지만 점차 그 시간이 하나님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이 되면서 그 시간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내 입술을 잠시 닫고 하나님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곳에서의 일주일째인 오늘까지도 내가 하나님께 집중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사람과의 관계의 어려움, 언어의 어려움 등 방해하는 것들은 여전했지만 이 시간이 온전히 하나님께 올려질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참 감사하다.
하나님을 예배하기 원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사람들의 표정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것은 이곳, 떼제공동체에서의 시간이 하나님과 더 깊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늘 행복해 보였으니까. 십자가에 이마를 맞대기 위해 그것이 한 시간이던, 두 시간이던 혹은 그 이상이던 상관없이 기다림을 감수하는 사람들의 기도가 있었기에 이 땅에 평화가 있었고, 세상의 빛이 되기 위해 촛불을 들고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 땅에 빛이 전해지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람들이 왜 이곳을 찾을까에 대한 고민이 이곳에서의 일곱째 날 해결되었다. 이유는 없다. 그저 하나님과 소통을 원하기 때문이랄까? 밤늦게까지 이 화해의 교회에 울려 퍼지는 찬양소리가 이 땅에 참된 평화를 가져오기를,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곳까지 끊임없이 울려 퍼지기를 소망한다.
떼제공동체에서의 일주일, 앞으로 내 삶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 같다.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삶이, 끊임없이 소통하는 삶이 내 삶이기를.
2017년 10월 28일, 오늘을 기억하며
떼제 커뮤니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