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벚꽃을 두 번 보았다

D+19 뉴질랜드는 겨울에서 봄이 되는 중

by 캔디부부

도대체 이곳 뉴질랜드의 날씨는 언제쯤 좋아지는 걸까. 햇빛이 쨍쨍한 하루를 기대했지만 오늘도 어째 흐리멍텅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주까지 이렇다는데. 슬프다. 오늘 우리는 의도치 않은 늦잠으로 정신없이 아침을 시작했다. 7시 30분에는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신랑과 함께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신랑을 출근시킬 수 있는데

눈을 뜨니 8시였다. 허겁지겁 눈을 뜬채만채 베이글을 데우고, 커피를 끓이고 신랑은 부리나케 씻고 정신없는 아침이었다. 그래도 늦지 않게 신랑 출근시키기는 클리어했다. 신랑의 아침식사인 베이글과 커피는 테이크 아웃해서 차에서 먹었다고 한다. 신랑 출근시킨 지 얼마 안 됐는데 전화가 왔다. "비가 조금씩 오는데 빨래 걷어야겠다"라고 얘기했다. 오 마이 갓. 해도 안 떠서 마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비가 온다니. 후다닥 빨래를 걷어서 방으로 들어왔다. 빨래를 개고 이불 한번 털고 책도 읽고 그러다 보니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 점심도 챙겨 먹었다. 계속 집에만 있자니 답답해서 산책을 가기로 했다.

신랑 일하는 곳까지 산책 겸 걸어갔다 왔는데 그냥 걷기만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 사진도 찍어보려고 카메라를 챙겼고 가방 속에는 혹시 비가 올까 봐 우산하고, 내 신분을 증명해줄 여권하고 지갑을 챙겨서 산책을 출발했다. 그리고 집 밖으로 나가자마자 깨달았다. 너무 춥다는 것을. 사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고나갔으나 찍을 줄 몰라 연습하려고 가져나갔다. 나는 예쁜 뉴질랜드의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하늘이 흐리다 보니 사진도 예쁘게 안 찍히는 것 같았다. 신랑이 일하는 몰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에 헤글리 파크라는 예쁘고 큰 공원을 지나게 되었다.

뉴질랜드는 이제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고 있는데, 벚꽃이 슬슬 피어나고 있었다. 한국에서 벚꽃을 보고, 뉴질랜드에서 또 볼 수 있다니. 갑자기 너무 행복했다. 날씨가 아직 추운데도 벚꽃이 활짝 핀 나무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벚꽃이 폈다 하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제대로 구경도 못하는데, 아무도 이 벚꽃나무에 관심이 없는 듯.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진을 여기서도 찍어보고 저기서도 찍어보고 열심히 연습했다. 여기를 찍으면 겨울 같고 저기를 찍으면 봄 같은 모습들이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우연히 예쁜 사진도 찍게 되었다. 그림 같은 사진이다. 뉴질랜드는 강아지를 정말 많이 키우는 것 같다. 그냥 키우는 수준이 아니라 산책 다니는 사람도 정말 많고, 공원에서 강아지가 자유롭게 뛰어놀도록 아름답게 키우는 느낌이었다. 누구든 살기 좋은 나라인 건가. 여기저기 아름다운 모습들을 구경하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한 시간 정도 걸어서 도착한 크라이스트처치 시티 쪽 SOUTH SITY MALL에는 섭웨이, 맥도날드, 웨어하우스, 뉴월드마트 등등 없는 게 없었다. 신랑이 일하는 스시집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제일 바쁘다고 소문난 곳이라던데. 멀리 떨어져서 가게를 바라보기로 했다. 괜히 부담될까 싶어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보니 신랑이 퇴근했다. 오늘도 양손 가득 스시를 챙겨 퇴근했다. 저녁식사는 스시와 함께 라면을 끓여먹었다.

다 못 먹은 스시는 냉장고에 넣어놓고 내일 야금야금 먹어야겠다. 아, 뉴질랜드는 9월의 마지막 주일부터 서머타임이 시작된다고 한다. 경험해보지 않아 아직 잘 모르겠다. 해가 길어져서 시간을 앞당겨서 사용한다는 것 같다. 서머타임이 시작되는 첫날은 하루가 23시간이고 서머타임이 끝나는 날은 하루가 25시간인가 보다. 이제 한국과의 시차도 3시간이 아니라 4시간이다. 아직은 신기한 게 많은 나라다. 조금씩 이곳에서 사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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