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는 하늘이 참 파랗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세계여행에 첫발을 내딛는 날이다. 뉴질랜드에서의 260일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마무리하고 떠나는 세계여행. 말로만 들었던 세계여행을 우리가 시작할 거라 생각하니 설렘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아니, 두려움은 나만 가득했고 신랑은 설렘만 가득해 보였다. 그래도 나름 이 날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이 날을 위해 많은 생각을 했던 건 사실이다. 생각보다 워킹홀리데이의 기간이 짧아져 후다 다다닥 시작해버린 세계여행. 그러다 보니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여유롭게 마무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분명히 남는 것 같다. 아무튼! 세계여행의 첫 시작 그 시작은 뉴질랜드다!
아침 7시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3개월 동안 잘 지냈던 방을 꼼꼼히 청소했다. 좋은 시기에 좋은 집에 지낼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는데. 이제는 그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여행을 출발할 시간이다. 청소기까지 돌리고 난 후 드디어 출발했다.
3개월 동안 함께 생활한 집사님이 공항까지 태워다 주셔서 편안하게 렌트를 할 수 있었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면 누구나 캠핑카 여행을 꿈꾼다. 우리도 캠핑카 여행을 하기로 했다. 가격이 가격인 만큼 우리는 제일 작은 차를 빌려 여행하기로 했다. 풀 보험까지 들고 난 뒤 차 사진도 꼼꼼하게 찍어놓고 출발했다. 이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까지도 마트에 들려 이것저것 살 것들을 구입했다. 마지막으로 한인마트에도 들려서 그동안 쌓아뒀던 마일리지를 야무지게 썼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가 추가로 대여한 캠핑의자가 빠졌다는 것을. 하하하. 전화로 할까 하다가 어차피 받으러 가야 하니까 그냥 다시 쥬씨로 향했다. 짜증이 날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여행을 시작하는 시점에 짜증 내봤자 우리만 손해인 것 같아 기분 좋게 움직이기로 했다. 그래도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캠핑의자도 받고 드디어 테카포로 출발할 수 있었다. 정말 출발이다.
테카포 가는 길에 쿠키 타임에 들려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부서진 쿠키들을 샀다. 개인적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부서져 있는 쿠키들이 더 좋았다. 사람들도 많았다. 이곳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그 사람들은 정말 바빴겠다.
중간에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군것질을 계속하다 보니 배가 별로 안 고픈 것 같아서 달리고 달렸다. 하얀색과 파란색이 공존하는 엄청난 하늘에 사진을 찍고 또 찍으며 달렸다. 뉴질랜드의 뻥 뚫린 길. 정말 내비게이션이 하는 일이 없는 동네다. 몇백 킬로미터 이상을 직진만 하라고 알려준다. 정말 직진만 하다 보면 지루할 법도 한데, 가다가 보이는 양과 소, 푸른 자연이 지루하지 않게 해 준다. 너무 좋았던 기억이다.
아무래도 차가 우리 차보다 좋다 보니 엑셀이 아주 스무스하게 밟히나 보다. 신랑이 자꾸 속도를 높이길래 무서워서 막 잔소리를 하면서 테카포까지 이동했다. 이런 게 아내의 역할인가? 뉴질랜드의 하늘은 정말 파랗다. 보정하지 않아도 파란 하늘.
거의 직진만 하며 무사히 테카포에 도착했다. 어김없이 테카포 호수가 보이는 순간 신랑과 함께 우와~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정말 평생 못 잊을 테카포 호수의 모습이다. 오늘도 테카포 선한목자교회에 들려 사진을 찍고 예배실에서 잠깐 각자 기도하는 시간을 가진 뒤 휴식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아직도 뉴질랜드를 생각하면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빛 호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뉴질랜드는 정말 새파란 하늘을 자주 보여줬다. 잊을 수가 없다. 어디를 가도 늘 파란 하늘을 보았던 기억.
일찍 다음 일정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이날 아니면 못 먹을 것 같은 연어덮밥 때문에 6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냥 경치가 좋은 곳에 차 세워놓고 책도 보고 핸드폰도 하고 사진도 찍고 신랑은 낮잠도 잤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드디어 오픈한 음식점. 기다리고 기다리던 연어덮밥을 먹었다. 군것질 빼고 먹은 첫끼 식사였다. 브레이크 타임을 가진 뒤 재오픈한 가게에 우리가 1등이었다. 늦은 시간에 방문했더니 바깥 경치가 보이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연어덮밥과 모듬튀김을 시켜서 야무지게 먹어준 뒤 녹차로 입가심까지 했다. 해가 일찍 지는 게 너무 아쉬운 것 같다. 어두움을 뚫고 별들을 보며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잠잘 곳을 향해 달릴 시간이다. 처음 하는 캠핑카 여행이라 부족함 투성이었다. 차를 세워놓고 잠을 잘 그곳까지 가는 길이 멀고도 험했다. 여기저기 물웅덩이가 고여있어서 괜히 무서웠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리 보고 들어가는 길이 너무 위험하니 다른 곳으로 가는 걸 추천한다고 이야기해줬을 정도다. 너무 깜깜할 때 와서 여기가 화장실이 있는 건지 불은 쓸 수 있는 건지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얌전히 차에 있다가 별 보러 나갔다. 정말 아름다웠던 별. 하늘 가득 별뿐이었다. 바로 옆이 푸카키 호수인데 밤이라서 아무것도 안보였다. 자고 일어나면 펼쳐질 밀크 블루의 아름다운 푸카키 호수를 기대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