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출근

The end

by 캔디부부

뉴질랜드에서의 이백 쉰다섯 번째 날

오늘은 그 어느 때 보다 특별한 날이다. 8개월간의 일을 마무리한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이 드디어 마지막 출근이다. 일기를 들춰보니 2016년 10월 4일에 첫 출근을 했다. 오늘이 5월 17일이니까 대략 8개월간의 일을 드디어 마무리 한 셈이다. 마지막 출근이라고 해서 뭐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6시 반이면 집을 나서는 신랑이 출근하는 건 보지 못했고 여유롭게 내 마지막 출근을 준비했다. 괜히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니까 끝도 없이 의미 부여하게 되는 것 같은 하루였다.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너무 한가했다. 한가하다 못해 지루했다. 확실히 스시가게는 날씨의 영향을 참 많이 받는 것 같다. 날씨가 좋으면 손님이 정말 많아지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손님도 줄어든다. 한가한 하루였기에 가게에서의 특별한 일상보다는 그저 오늘이 마지막 출근이라서 특별했던 하루라고 기록하는 편이 낫겠다. 서툴고 부족한 것 투성이인 나와 함께 일했던 RICCARTON식구들을 생각해보면 참 대단하다. 영어도 못해서 버벅거리고, 전화로 소통이 불가능했던 나를 뽑아주다니. 아직도 놀랍다. 그래도 지금은 영어도 많이 늘었다고 칭찬해주고, 내가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서 아쉬워해주고 끌어안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8개월간의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간들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나를 그렇게 싫어하고, 구박하던 중국 친구 데이지도 마지막엔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본인 페이스북 계정에 내 사진과 함께 세계여행 가는 크레이지 걸이라고 업로드했다. 그동안 고마웠던 가게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했다. 한국 과자와 사탕을 넣어 예쁘게 포장했다. 누구에게 주는 선물인지 이름까지 적어서 정 있는 한국사람의 모습으로 일을 마무리했다. 정들었던 유니폼도 깨끗하게 빨아서 반납했다. 기분이 괜히 이상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나를 참 많이 아껴주었다는 생각과 함께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다. 신랑도 일을 마무리했다. 얼마나 행복했는지, 사진 잘 안 찍는 사람이 사진까지 찍었다. 공장에서 두 달여 동안 일을 했던 신랑은 그동안 한국에 사는 것 같다며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도 여행을 위해 꾹꾹 참은 신랑이 정말 대단하다. 이제 둘 다 백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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