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해줘서 고마워요
뉴질랜드에서의 이백 두 번째 날
오늘은 매일매일 평범한 일상생활을 보내다가 뭔가 특별한 하루를 보낸 것 같은 기분이다. 엄청 뿌듯하면서도 엄청 피곤한 하루인 것 같다. 오늘은 일요일. 교회 가기 위해 어제 일찍 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잠이 안 와서 놀다가 늦게 일어나버렸다. 부랴부랴 교회 갈 준비를 하고 교회를 다녀왔다. 교회 창립 30주년 기념일이라고 전교인이 나눠먹을 수 있도록 생일 케이크까지 준비한 교회의 센스에 감동했다. 집에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오후에 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은 내가 일하는 스시가게 매니저 필립의 초대로 매니저님 집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기로 한 날이다. 신랑도 함께 초대받아서 함께 다녀왔다. 매니저 필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중국인이다. 중국인답게 말도 빠르고 특유의 영어 발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내게는 굉장히 고마운 존재다. 처음 뉴질랜드에 와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러 다니던 날, 우연히 들른 가게에서 필립이 나를 긍정적으로 봐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나를 왜 뽑았는지. 필립이 전화로 내게 뭐라 뭐라 말하던 것조차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가게로 가겠다고 하며 가게로 갔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필립의 집에 초대받아 바비큐 파티라니. 너무 설레는 하루였다. 필립은 내가 하는 서투른 영어를 늘 기다려주고, 끝까지 들어주고 천천히 말해주는 배려심 깊은 매니저였다. 늘 나를 커버 치다가 데이지랑 언성을 높이곤 했다. 아무튼 함께 일하는 마들린이라는 중국 친구도 픽업해서 매니저님 집으로 향했다. 중국 스타일의 바비큐 파티였다. 양꼬치와 돼지갈비꼬치. 직접 기른 청포도와 라즈베리, 토마토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진수성찬이었다. 바비큐 파티인데 꼬치식으로 먹는 중국식 바비큐도 신선했고, 집에 이렇게 꼬치 기계들이 있는 것이 중국사람들에게는 평범한 것이라는 것도 신기했다. 한국인 집에 김치가 있는 것과 같은 논리인가?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 떠는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쉽게도 우리 가게는 크리스마스, 1월 1일 딱 이틀 빼고 모두 영업을 하기 때문에 오늘 마감 근무인 데이지와 카요코는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음식을 나누고, 시간을 보내고 삶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4시 30분부터 시작된 바비큐 파티는 8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배가 터질 듯이 먹은 것 같다. 왠지 굉장한 소속감을 느끼게 된 하루였다.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