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보러 가자
뉴질랜드에서의 쉰두 번째 날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10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뉴질랜드에 9월에 왔는데 벌써 한 달이 한참 지난 것이다. 시간이 어디론가 막 흘러가고 있다. 오늘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를 마치고 바람 쐬러 크라이스트처치 근교로 나갔다 왔다.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시리얼을 챙겨 먹고 출근했다. 오늘 근무는 대성공, 이제 아무도 나한테 뭐라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나보다 늦게 들어온 직원들도 있어서 내가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중국 친구 데이지의 시선도 내가 아니라 나보다 늦게 들어온 다른 직원들에게 쏠리다 보니 이제 데이지와 친구 먹는 느낌이다. 여유롭게 일을 끝내고 퇴근했다. 신랑과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결정한 썸너비치(Sumner Beach). 헤글리 파크로 산책하러 갈까도 고민했지만 오늘은 왠지 바다가 보고 싶어서 바다로 결정했다. 사실 처음부터 썸너비치를 가려던 건 아니고 리틀턴에 가려다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목적지를 수정했다. 여행은 원래 이런 것이다. 날씨운이 없는 우리, 썸너 비치 가는 길에 분명 해가 쨍하고 떠서 바람 쐬러 가자고 한 거였는데 왜 우리가 가는 곳은 다 흐려지는 건지 모르겠다. 구름이 잔뜩 꼈다. 차로 20분 정도 달렸다, 달리다 보니 옆으로 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약간 강릉 경포호의 느낌이었다. 썸너비치는 주차공간이 많아서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보는 바다에 너무 신이 났다. 모래가 얼마나 부드럽던지 집에 가져가고 싶은 모래였다. 신발에 잔뜩 들어가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집에 가져온 건 비밀로 해야겠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도 정말 많았다. 주인을 가져다주려는 건지 자기 몸보다도 큰 나무를 물고는 낑낑대며 뛰어가는 강아지도 만났다. 날이 흐린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 냄새를 맡으며 바다를 만끽했다. 서핑스쿨처럼 많은 아이들이 얕은 파도에서 서핑도 하고 있었다. 물속으로 고꾸라지는 아이도 있고, 나름 파도를 즐기며 서핑 연습하는 아이도 있고 그중에는 서핑을 포기하고 모래성을 쌓는 아이도 있었다. 삶에서 자연을 만끽하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멋져 보였다. 나는 물을 무서워하니까 패스. 급 여행으로 다녀온 썸너비치였지만 너무 만족스러웠던 여행이다. 신랑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행복했다.(오글). 여행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게 아니라 삶에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