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친정식구들과 함께한 시간들

by 캔디부부

뉴질랜드에서의 백 열여섯 번째 날부터 백 스물다섯 번째 날까지


#스펙타클한 여행 첫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족여행이 시작되었다. 이번 가족여행은 친정식구들이 모두 모이는 너무나도 기대되는 여행이다. 아빠와 엄마는 한국에서, 동생은 중국에서 교환학생 중이라 중국에서 출발을 했다. 동생은 중국 청도에서 광저우로, 아빠 엄마는 한국에서 광저우로. 그리고 셋이 만나서 저우에서 오클랜드까지 오는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비행기를 12시간이나 타고 뉴질랜드까지 왔을 텐데 나름 편하게 왔다고 좋아하는 가족들을 보며 기분이 좋았다. 우리도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출발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오클랜드로 이동하는 국내선 비행기라 집에서 여유롭게 나와 모닝커피도 한잔 했다. 와, 여행 첫날인데 너무 다사다난하고 스펙타클한 하루라서 나중에 이 일기를 다시 볼 때 뒷목 잡고 쓰러질지도 모르다.

첫 번째 사건, 기내식 음식으로 인해 벌금 낸 사건이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오클랜드로 이동하고, 가족들이 도착할 국제선 도착지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아침부터 와다다다 뛰었더니 땀도 났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리고 기다려도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이 나오지 않았다. 나올 시간이 한참 지난 것 같은데 나오지 않아 걱정이 되던 찰나 가족들과 연락이 되었다. 기내식으로 받은 햄버거를 챙겨 나온 엄마. 그럴 만도 한 것이 비행기에서 당하는 사육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계속 앉아만 있는데 자꾸 먹기만 하니까 힘들 만도 하다. 기내식으로 나온 햄버거를 먹고 반쪽을 남겨서 가지고 나온 엄마. 몰랐는데 뉴질랜드는 기내식으로 받은 음식까지도 반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기내식인데도 벌금을 내라고 하냐고 따질 법 했지만 옆에 있던 승무원도 벌금을 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수긍했다고 했다. 햄버거 반쪽 덕분에 뉴질랜드의 첫 이미지를 벌금으로 시작한 우리 가족. 엄마는 화도 나고 미안하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정말 웃기고도 슬픈 시작이었다.

드디어 만난 가족들과 인사할 새도 없이 차량 렌트를 하러 렌트가 회사로 갔다. 무사히 차량 렌트를 마치고 두 번째 사건이 발생했다. 두 번째 사건, 떨어진 카메라... 렌즈가 깨지다. 카메라 가방 안에 들어있던 카메라. 아주 살짝 떨어진 것 같았는데 렌즈가 깨졌나 보다. 여행 때 잘 찍고 싶어서 가져온 카메라인데 너무 슬프다. 훌훌 털어버리기로 하고 렌터카를 빌리며 사진까지 꼼꼼하게 찍은 다음 '마운트 이든'이라는 첫 목적지로 향했다. 날씨가 조금 흐려서 걱정했는데 다들 뉴질랜드의 아름다움에 빠진 것 같았다. 어찌나 아름답다고 하던지. 괜히 뿌듯하고 기분도 좋았다.

잘 구경을 마치고 발생한 세 번째 사건. 벤츠와의 아름다운 만남. 하하하.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를 빼는 과정에서 벤츠 차량과 접촉사고가 났다. 다행히 튼튼한 벤츠는 스크래치 정도만 나고 우리 렌터카는 살짝 찌그러졌다. 영어도 잘 안되는데 정말 큰일이었다. 모두가 다 침착하려 애쓰는데 가장 침착하려고 애쓴 신랑. 얼마나 당황했을지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주차되어있는 벤츠 차량 연락처가 없어서 차분히 종이에 글을 적으며 연락처를 남기려는 그때 마침 차량 운전자분을 만날 수 있었다. 접촉사고가 났고, 충분히 기분 나쁠만했는데도 도망가지 않고 연락처 남겨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이 아름다운 광경, 아름다운 사람들. 계속되는 사건사고의 연속에 왠지 모를 찝찝함으로 다음 행선지인 오클랜드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하는 가족 모두가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정신없이 무언가에 홀린 듯 박물관 구경을 마친 후 점심식사를 위해 시내로 이동했다. 주차를 하고 음식점으로 가야 하는데 이번엔 주차정산기가 문제다. 카드도 안 먹히고, 동전은 없고. 어휴. 그래도 오늘 점심은 오클랜드에서 꼭 가봐야 한다는 홍합요리집에 다녀왔다. 기가 막히는 비주얼과 엄청난 맛에 감동했다. 너무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맞이한 식사라 어떤 음식을 시켰는지 기억도 안 난다. 다행히도 맛있게 식사를 하고 숙소로 이동을 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구했는데, 너무너무 깔끔하고 넓고 편안한 숙소를 만날 수 있어서 안심했다. 잠시 장을 보기 위해 신랑과 마트로 향했다. 마트로 가는 길에 전화가 한통 왔다.

스펙타클함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전에 있었던 접촉사고 때문에 보험 확인이 필수였던 우리. 하루 종일 안절부절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약간은 황당하면서도 어이없는 일이 펼쳐졌다. 오전에 차를 렌트할 때 렌터카 직원이 뭐라고 뭐라고 계속 말을 하는데 잘 못 알아들었다. 그래서 늘 그랬든 예스, 예스 대답만 잘하고 차를 빌렸다. 우리는 기본 보험만 등록을 했기 때문에 이번 접촉사고에 대한 보상을 하나도 못 받을뻔했는데, 오전에 아무것도 못 알아듣고 예스, 예스 대답한 덕에 우리가 등록했던 보험은 기본 보험에서 풀커버 보험으로 변경이 되어있었다. 나참, 뭐 이런 일이 다 있지? 영어를 잘 못 알아들은 덕분에 이번 접촉사고는 큰 탈없이 잘 해결이 되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신랑이 드디어 활짝 웃었다.

정신없는 오전 시간을 보낸 탓에 오후는 조금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 첫날인데 벌써 쉬어가는 시간이라니. 그래도 4달 정도만에 온 가족이 모이니 너무 행복했다. 폭풍 수다를 떨고 근처 호수와 공원을 구경하러 다녀왔다.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최고의 가족사진도 남겼다. 하늘과 호수와 잔디 그리고 우리들. 너무 아름다웠다. 여행 내내 한 가지만 일어나도 될법한 사건들을 너무 많이 겪은 것 같다. 이런 일은 오늘 하루로 충분하니 내일부턴 신나는 여행만 펼쳐지길.

KakaoTalk_20161230_230314917.jpg

#원데이 투어


어제 일어날만한 모든 일이 다 일어나서 그런지 오늘은 아주 평안하게 안전하게 모두 모두 기분 좋게 다녀왔다. 오늘은 일일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다른 투어 관광객들과 함께 하루를 보냈다. 투어 버스를 타고 세 시간 정도를 이동해야 목적지에 도착을 하는데 직업정신이 투철한 기사님이 이동하는 내내 뉴질랜드의 역사와 기본상식

개그 등등 쉬지 않고 소개해주시는 바람에 자다가 깨고 자다가 깨기를 반복했다. 기사님의 엄청난 체력에 정말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이동하는 내내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지는 뉴질랜드. 소도 있고 양도 있다. 이런 것이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이 된 것 같아서 가끔은 신기하기도 하다.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와이토모 동굴이라는 곳이다. 와이토모는 여러 개의 대형 종유동굴이 있는 지역으로 동굴 안에 서식하는 반딧불이 덕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와이토모 동굴에는 커다란 동굴 천장을 가득 채울 만큼 엄청나게 많은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처럼 반짝반짝 여기도 반짝 저기도 반짝거렸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반딧불이였는데 너무나도 많은 반딧불이들이 신기했다. 사진을 찍을 수 없어 눈으로만 담았는데 나중에 이 기억이 흐려질까 봐 아쉬웠다. 와이토모 구경을 마치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로토루아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양털깎이 쇼가 아닐까 싶다. 이름 그대로 양털깎이 쇼였다. 양털을 눈앞에서 깎아주는 쇼였는데, 양이 조금 힘들어 보였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저씨가 양의 옷을 마구마구 벗겨내더니 벗겨낸 양털을 관객석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오, 양털이 생각보다 기름지고 냄새도 나서 살짝 당황했다. 양치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었다. 동화책에서나 볼법한 양몰이 개를 직접 볼 수 있었는데 개가 양을 이리저리 몰고 다니는 모습이 신기했다. 정말 눈앞에서 양과 소를 볼 수도 있었다. 직접 먹이를 줄 수도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양에게 먹이 주러 가다가 발을 밟혔는데 생각보다 무거운 양의 무게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양을 실컷 보고 나서 TE PUIA라는 로토루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지열지대이자 마오리 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향했다. 다 같이 일어나 마오리 춤을 따라 하는 시간도 있었다. 가족 모두가 공연을 보고 나온 후에도 계속 손짓을 하고 몸짓을 하고 노래를 하며 마오리 문화에 푹 빠져있는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다. 하루 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구경할 수 있었던 하루다. 투어를 무사히 마치고 숙소 근처로 돌아와 양고기 스테이크를 먹으며 12월의 마지막 날, 1년의 마지막 날을 함께 즐겼다.

KakaoTalk_20161231_144442829.jpg


# 테카포 호수 즐기기


가족들과 뉴질랜드 남북섬을 여행한지도 5일이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크라이스트 지역으로 넘어왔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 함께 저녁식사도 했다. 뉴질랜드스러운 집이지만 그만큼 오래된 우리 집. 그곳에서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는 건 색다른 기분이었다. 오늘은 크라이스트처치의 여행을 마치고 테카포로 이동하는 여정이었다. 이동하기 전 아침식사는 내가 일하는 가게에서 했다. 가족들이 궁금해할 것 같아서 꼭 한번 들려보고 싶었다. 일찍 가는 바람에 고를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이라 아쉬웠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직원 할인까지 알뜰하게 사용했다. 매니저님과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때 가족들과 아침을 먹는다는 건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 거의 직진만 하면 도착하는 테카포까지 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오늘도 내비게이션은 일을 안 했다. 직진만 하라고 알려주고 가끔가다 좌회전, 우회전 정도 알려줬다. 숙소에 도착했다. 테카포에 숙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정말 힘들었다. 가족 찬스로 좋은 리조트를 빌릴 수 있었다. 좀 비싸기는 했지만 시설은 정말 끝내줬다. 집에서 스테이크 먹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울 정도의 고급진 숙소였다. 조금만 내려가면 애매랄드 빛 테카포 호수가 아름답게 펼쳐지는 그런 곳이었다. 이번 여행이 엄마 아빠 결혼 25주년 기념 여행이라 엄마 아빠 커플사진도 많이 찍었다. 사진은 예쁘게 잘 나왔지만 현실은 모두 다 바닥에 앉아서 힘들게 찍다가 차가 오면 어이구야 어이구야 하면서 일어나는 모습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본 테카포 호수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뉴질랜드의 대자연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호수였다. 가족들도 좋아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숙소에 돌아와서 스테이크로 저녁을 해결했다. 가족들은 뉴질랜드 고기에 푹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으니까. 뉴질랜드에 있는 동안 고기를 실컷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테카포 호수는 밤에 쏟아지는 별을 보기로 유명한 곳이다.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곳. 저녁 먹고 밤에 별도 보러 다녀왔다. 해가 늦게지다 보니 밤 11시가 되어서야 하늘이 어두워져서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두워지길 기다리며 마주한 별은 최고였다.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테카포, 테카포 하는구나 싶었다. 오늘은 그런 곳에 우리가 와있다. 눈을 뜨면 펼쳐지는 광경이 거짓말 같다. 하늘에선 별이 쏟아진다. 아름다운 밤이다.

IMG_4553.JPG


# 마지막 날


어느덧 가족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전직 요리사인 에어비앤비 집주인 덕분에 푸짐한 아침식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가족여행의 마무리는 퀸즈타운이라는 도시에서 했다. 번지점프로 유명한 퀸즈타운. 신랑이 자꾸 번지점프를 뛰려고 하는 것 같아서 재빨리 도망쳤다. 내가 좀 더 가벼웠다면 뛰었을까? 여행의 마지막 날인데 비가 와서 조금 아쉬웠다. 해가 쨍하고 뜨면 더 좋았을 텐데. 자연을 구경하며 지내던 뉴질랜드의 모습과 사뭇 다르게 사람이 북적이는 퀸즈타운의 모습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뭘 먹을지 가족들과 함께 고민하다가 눈에 보이는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여기가 맛집이라고 했다. 우리의 선택은 늘 훌륭한 법이다. 피자도, 피시 앤 칩스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 짧았던 여행을 마치고 다시 각자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퀸즈타운에서 오클랜드까지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오클랜드에서 광저우로. 엄마와 아빠는 광저우에서 한국으로, 동생은 광저우에서 청도로 가는 여정이다. 우리는 퀸즈타운에서 하루 더 지내고 내일 크라이스트처치로 이동한다. 결혼하고 바로 외국으로 나오다 보니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 그리운 마음이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진 것 같아서 행복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그 안에서 함께 나눈 대화, 함께한 식사, 주고받은 눈빛과 끝없는 웃음이 우리가 왜 뉴질랜드에 워킹홀리데이를 왔는지 알게끔 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다. 가족여행의 막이 내렸다.


KakaoTalk_20170113_085940100.jpg


이전 23화일 년에 한 번 열리는 불꽃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