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 같아
뉴질랜드에서의 백 여든여섯 번째 날
휴일을 맞춰 신랑과 함께 2박 3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설레는 일은 역시 여행 짐 싸기다. 아침 일찍 출발하기 위해 전날 짐을 싸며 여행의 설렘을 느꼈는데, 2박 3일 가는 여행 짐이 왜 이렇게 많은지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짐을 다 챙기고 꿀잠을 잤으나 역시 일찍 일어나는 건 무리다. 8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하기로 했는데 일어나 보니 8시였다. 늦은 와중에 아침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고 출발했다. 이번 더니든 여행은 3일간의 DAY-OFF동안 어디를 여행할지 많이 고민했으나 계속 비가 온다고 해서 찾게 된 여행지이다. 그나마 비가 덜 오는 곳을 찾아가게 된 여행지다. 드디어 출발.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다. 살다 살다 이렇게 일 안 하는 내비게이션은 처음이다. 한국에서라면 100m 앞에서 우회전해라, 과속방지턱이 있다, 과속카메라가 있다 여러 안내를 해줄 텐데 뉴질랜드는 대단한 도시다. 272km 동안 직진하라고 안내해줬다. 더니든까지 가는 길에 티마루에 들려서 주유도 하고 간식도 사서 에너지 충전을 했다.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 또 달리고. 직진만 하니까 재미가 없을 줄 알았는데 풍경을 보며 가다 보니 어느덧 도착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사진 보정을 하지 않아도 아름답다. 물론 눈으로 보는 것이 더 아름답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오아마루라는 지역에 도착을 했다. 계속 운전한 신랑도 쉴 겸 계속 풍경구경하며 온 나도 쉴 겸. 오아마루에서 점심도 해결하고 오아마루도 잠깐 구경하기로 했다. 오아마루에 있는 놀이터에서도 놀았다. 이럴 때 보면 신랑과 죽이 척척 맞는다. 다람쥐통에도 들어가고, 엄청 높은 미끄럼틀도 탔다. 올라가는 길이 거의 암벽등반 수준이었지만 내려오는 건 너무 순식간이었다. 인생도 이런 것일까 생각했다. 신나게 놀고 더니든으로 출발했다. 점점 날씨가 우중충해지더니 하늘이 온통 구름으로 덮이는 기분이었다. 슬픔을 뒤로한 채, 아쉬움을 뒤로한 채 안전 운전하며 숙소까지 이동했다. 이번 여행의 숙소도 에어비엔비로 결정했다. 에어비앤비는 숙소와 아침식사를 제공하며 방 또는 집을 내어주는 숙박을 말하는데 잘 알아보기만 한다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여행 때 자주 애용하고 있다. 도착한 숙소는 진짜 말 그대로 감탄밖에 안 나오는 세련된 집이었다. 시내와 거리는 좀 되지만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은 숙소였다. 세련되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 같았다. 날씨가 아쉽다고 그냥 쉬자니 여행 첫날을 그냥 보내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터널 비치를 다녀오기로 했다. 더니든 여행에서 터널 비치는 꼭 가봐야 한다고 하길래 도대체 어떤 곳일까 하는 마음으로 다녀왔다. 버스를 타면 한참 걸어야 한다고 하던데, 차 타고 10분 정도 달렸더니 입구 바로 앞까지 갈 수 있었다. 바다로 떨어져 버릴 것만 같은 비주얼을 품고 있었다. 날씨가 흐린 게 아쉽지만 그럼에도 멋있었다. 계단과 흙길을 지나야 했다.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이 계속 펼쳐지는 바람에 조심조심 또 조심하며 걸어갔다. 삼각대를 챙겨가서 사진도 계속 찍었다. 애매한 시간에 간 덕분에 우리밖에 없어서 아주 충분히 즐겼다. 터널 비치를 만끽하고 구경할 겸, 저녁도 해결할 겸 시내로 이동했다. 다음날 시내를 구경할 거라 눈으로만 담았지만 건물을 보고 딱 알 수 있었다. 왜 더니든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건지. 더니든은 작은 스코틀랜드라고 불린다고 했다. 스코틀랜드의 문화가 남아있는 건물이 가득했다. 정말 너무너무 많이 걸어 다녔다. 저녁은 몸이 안 좋아 보이는 저를 위해 따뜻한 국물을 택했다. 더니든까지 와서 한식집에서의 샤브샤브라니. 뉴질랜드에 온 이후로 샤브샤브를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진짜로 먹은 건 처음이라 너무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국물은 조미료 맛, 고기는 살코기뿐이라 질겼지만 맛있게 먹었다. 또 새로운 뉴질랜드를 경험한 것 같아 행복한 저녁이었다.
뉴질랜드에서의 백 여든일곱 번째 날
여행 둘째 날이다. 에어비앤비 숙소답게 맛있고 푸짐한 아침식사를 준비해주셔서 배부르게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 날이 흐려서 주인아주머니께서 날씨가 테러블이라고 계속 이야기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여행은 기분 좋게 하기로 했다. 오늘 제일 먼저 간 곳은 초콜릿 공장이다. 뉴질랜드에서 유명한 초콜릿들은 모두 여기서 만들어진다. 마침 관광객 투어도 있어서 즐길 수 있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가면 이런 느낌 일까 싶은 곳이었다. 후기가 별로라는 사람들이 많아서 큰 기대 안 하고 았는데 그래서인지 더 재미있었다. 공장을 투어 할 때 핸드폰, 가방 등등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었다. 대신 초콜릿을 담을 수 있는 비닐봉지를 나눠주었다.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초콜릿을 줘봐야 얼마나 주겠어하고 다 비닐봉지도 두고 갔는데 생각보다 많은 초콜릿을 줘서 당황했을 정도였다. 정말 어린아이처럼 초콜릿 많이 받고 신났다.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보고 직접 맛볼 수는 시간도 있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올 것만 같은 초콜릿 폭포도 있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박물관과 교회 투어도 마쳤다. 건물이 너무 예뻐서 내가 뉴질랜드에 있는 건지, 스코틀랜드에 있는 건지 착각할 정도였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어로 된 팜플렛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투어 하는데 너무 좋았다. 다음으로 향한 곳, 펭귄을 보겠다고 출발한 곳이었다. 펭귄을 보려면 투어로 신청해서 간다고 하던데 가난한 우리 부부는 그렇게까지 하면서 펭귄을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신랑의 엄청난 검색력 덕에 펭귄을 볼 수 있다고 되어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사람 하나 없을 것 같은 곳을 지나 들어간 곳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펭귄은 못 봤지만 물개를 보았다. 엄청난 물개였다. 여기로 가는 게 맞는 걸까 싶을 정도의 길을 지나온 보람이 있었다. 역시 뭐라도 보려면 어려움과 고난쯤이야 견뎌내야 하는 건가. 오늘도 인생을 배웠다. 물개가 똥 싸는 모습까지 봤다. 이 정도면 물개의 끝판왕을 본 거 아닌가. 조금 더 걸어가면 펭귄이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너무 춥고, 뭔가 무섭기까지 해서 돌아왔다. 펭귄 대신 물개를 보았으니 만족한 하루다. 초콜릿과 함께했던 달콤한 하루, 오늘 하루도 그렇게 끝이 났다.
뉴질랜드에서의 백 여든여덟 번째 날
더니든에서의 셋째 날이다. 일어나자마자 날씨부터 확인했지만 비가 주루주룩, 내 눈물도 주룩주룩 흘렀다. 여행 왔는데 계속 비가 오니까 조금 슬퍼지려 했다. 그래도 운치 있을 거라며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준비해주신 아침을 먹었다.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우산이 소용이 없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우산을 쓰면 손해인 것 같다. 오늘도 모자를 뒤집어쓰고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주일이라 어느 교회를 갈까 고민하다가 FIRST CHURCH로 다녀왔다. 예배를 드리고 티타임까지 가지고 교회 분과 수다도 한참 떨다가 제대로 된 여행을 시작했다. 사실 시내 구경은 전날 다 했고, 그냥 바로 집으로 출발하자니 아쉽고. 오랜만에 커피라도 한잔하자고 결정하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하며 운치를 즐겼다. 짧았던 시간이지만 더니든에서의 추억을 잔뜩 만들고 이제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갈 시간이다. 우리에겐 가장 중요한 일정이 남아있으니 그것은 바로 전날 못 본 펭귄을 보는 것이다. 투어로 펭귄을 볼만큼의 여유는 없는지라 무료로 펭귄을 볼 수 있는 다른 곳을 찾아서 가게 되었다. 카티키 포인트라는 곳이었는데 더니든과 오아마루 사이에 있는 곳이었다. 여기서는 감사하게도 펭귄도 만나고 물개도 만날 수 있었다. 진짜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헤엄치는 물개도 몰 수 있었다. 투어를 신청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동물친구들을 만나다니. 성공한 기분이었다. 비가 많이 와서 쫄딱 젖기는 했지만 그래도 펭귄을 봤다는 기쁨이 컸다. 쫄딱 젖은 채로 한참을 달려 집에 도착했다. 비를 많이 맞아 감기에 걸릴 것 같아 하루의 마지막은 감기약으로 했다. 날씨가 아쉬웠지만 많은 것을 보고, 함께 대화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오늘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