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타고 달려달려
뉴질랜드에서의 이백 서른세 번째 날
오늘은 ANZAC데이, 호주와 뉴질랜드 연합군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것을 기리는 뉴질랜드의 공휴일이다. 둘 다 DAY-OFF인 덕분에 오늘도 근교로 여행을 다녀왔다. 테카포에서 별 보고, 오로라 보겠다고 밤에 테카포까지 3시간 정도를 달려서 갔다가 다시 3시간을 달려서 돌아온 시간이 새벽 4시였는데. 5시간 정도 꿀잠 자고 오늘은 아카로아로 가기로 했다. 아카로아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프랑스풍의 소도시이다. 그동안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하다가 오늘에서야 다녀왔다. 날씨가 너무 쨍하고 좋아서 오늘 하루도 굉장히 좋은 날로 기억될 것 같다. 간식거리를 챙겨서 출발했다. 오늘의 간식은 치킨너겟이다. 신랑이 만들어준 치킨너겟은 바삭바삭하면서 맛있었는데 내가 한 치킨너겟은 동그랑땡 같았다. 생각보다 별로였는데, 여행 가는 차 안에서 먹는 건 뭐든지 맛있나 보다. 신랑과 함께 폭풍 흡입을 했다. 아카로아까지 가는 길은 테카포 가는 길과 다르게 커브길이 많아서 힘들었다. 계속 커브길로 움직이다 보니 멀미도 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가는 길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서 좋았다. 달리고 달려 도착한 아카로아는 생각보다 너무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ANZAC 데이 기념예배가 드려지고 있어서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다가 좋은 곳에 주차하고 관광객 모드를 시작했다. 초록 초록한 뉴질랜드, 아카로아도 똑같았다. 어딜 돌아봐도 초록 초록했다. 오늘 우리가 아카로아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 이름하여 돌고래 크루즈. 아카로아에 가면 돌고래를 봐야 한다고 하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오늘이 그날이다. 인터넷으로 예약할까 하다가 복잡하다는 사람들이 많길래 그냥 도착해서 예매했다. 크루즈 회사마다 티켓을 한정수량으로 판매하는 것 같았다. 처음 들어갔던 가게에서 매진이라고 해서 엄청 아쉬울뻔했는데 다행히 다른 회사에서 예약 가능했다. 1인당 80 NZD(16000원 정도)에 예매한 돌고래 크루즈. 마음 편히 예약을 해놓고 아카로아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정말 많았다. 맛집인 것 같아 보이는 가게에는 이미 사람들이 많이 줄 서있었다. 아직 가게 문도 안 열었던데 줄 서있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조금 아까운 것 같아서 더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가게를 찾아보기로 했다. 피시 앤 칩스와 하와이안 피자를 맛있게 먹었다. 분위기도 좋아 사진도 많이 찍었다. 사람들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밥 먹고 쇼핑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드디어 크루즈 탈시간이다. 우리는 엄청나게 큰 크루즈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작은 배였다.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살짝 당황했다. 너무 비싸게 예매했나 후회도 하고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돌고래를 볼 수 있겠지 라는 생각만으로도 들떴던 시간이었다. 드디어 시작된 크루즈 투어는 돌고래를 보러 가는 길에 여기저기 들리며 펭귄도 보고, 자연에 대해 설명도 해주었다. 좀 추워서 그렇지 너무 좋았다. 그리고 대망의 돌고래, 와 진짜 왜 크루즈가 이 사이즈인지 딱 알 수 있었다. 돌고래와 함께 달린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2시간 정도의 투어 동안 돌고래를 진짜 실컷 본 것 같다. 나중에는 앞자리에 앉았다가 물에 쫄딱 젖기도 했다. 마지막 인증샷까지 딱 찍고 난 뒤에 두 시간 정도의 크루즈 투어가 끝났다. 돈 아깝다는 생각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돌고래들을 구경거리 삼아 괴롭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안내해주시면서 돌고래들이 이 시간을 굉장히 즐긴다고 했다. 함께 달린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금 안심이 됐다. 아카로아 구경을 마치고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오는데 점점 어둑어둑 해지는 모습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 같아서 왜 이렇게 아쉬운지 모르겠다. 틈나는 대로 놀러 다니니까 좋기는 한데 너무 피곤하다. 그래도 하루를 알차게 보낸 것 같으니 오늘 하루도 대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