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 여행 캐슬힐 까지
뉴질랜드에서의 이백 서른 번째 날
오늘은 토요일, 날씨 좋은 토요일에 집에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크라이스트처치 근교 여행을 다녀왔다. 오늘 다녀온 곳은 나니아 연대기 촬영지로 유명한 캐슬힐이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 점심으로 먹을 김밥을 싸서 출발했다. 해가 쨍하고 뜬 날 여행 가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김밥도 싸고, 오렌지도 챙겨서 출발했다. 신랑이 운전하는 동안 나는 DJ가 되어 노래도 선곡하며 이동했다. 한 시간 정도 달렸나, 캐슬힐 주차장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당황했지만 이렇게 날씨 좋은 주말에 사람이 없는 것도 이상한 것 같기는 하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게 아니라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한 곳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를 무한 반복하며 경치를 즐겼다. 연실 카메라 셔터 누르느라 정신없는 신랑, 진짜 그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냥 작은 돌 들일 줄 알았는데 엄청 크고 엄청 높은 바위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는 모습이 기괴하기까지 했다. 바위들이 많다 보니 암벽등반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매트도 챙기고 안전장비도 챙기고 만만의 준비를 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
뉴질랜드에서의 이백 서른두 번째 날
이 일기는 어젯밤 급 결정되어 즉흥으로 떠난 여행의 이야기다. 사건의 발단은 어제 낮. 가게에서 일하다가 쉬는 시간에 핸드폰을 봤을 때 테카포에서 오로라를 볼 수 도 있다는 기사가 떠있었다. 안 그래도 푹 빠져있는 테카포 호수에 오로라까지 볼 수 있다니.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많이 고민했다. 날은 흐리다고 하고, 비가 올 수도 있다고 했고, 테카포 호수까지 간다고 해서 오로라를 무조건 본다고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 거기다 날이 흐리면 오로라는커녕 별도 볼 수 없었다.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가는데 3시간, 오는데 3시간 걸리는 거리였다. 아무리 뉴질랜드 운전이 직진만 하면 목적지가 나온다고 하지만, 밤에 3시간을 달려서 간다는 것이 조금 무리이지 않을까 싶어 너무 고민이 됐다. 고민이 될 땐 역시 신랑 찬스. 신랑한테 바로 연락해서 물어봤다.
"피곤하게 운전해서 갔는데 오로라가 안 보이면 어떡하지?" 나의 단순한 고민을 말했을 때 신랑은 이렇게 대답했다. "괜찮아, 뭐 어때. 그것도 추억이야."
어떻게 이런 대답을 할 수 있지. 감동했다. 더 고민할 것도 없이 퇴근하고 바로 출발했다. 특별히 같이 일하는 제이슨(한국인)도 함께 가기로 했다. 맛있는 먹거리를 잔뜩 챙겨 온 제이슨과 함께 테카포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가로등 하나 없이 어찌나 깜깜하던지, 또 깜깜하니까 가는 길이 왜 이렇게 무서운 건지. 밤 운전한 신랑에게 정말 손뼉 쳐줬다. 가는 길에 비도 고고, 중간에 이상 한길로 들어가는 바람에 심장 쫄깃하기도 했다. 분명히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길로 간 것 같은데 하마터면 하천에 빠질뻔했다. 이렇게 위험한 길에 안내표지판 하나 없다니. 졸음을 꾹꾹 참아가며 달리고 달려서 무사히 테카포에 도착했다.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일까? 도착한 테카포의 모습은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쏟아지는 별을 눈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아쉽게도 눈에 담기는 것만큼 카메라가 담아내지 못했다. 사진을 찍었는데 까만 화면이 나오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신랑이 열심히 찍은 사진에 별의 모습이 담겼다. 아름다운 테카포의 별! 비록 오로라는 볼 수 없었지만 쏟아지는 별들을 보고 '아 이런 게 추억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너무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추위에 덜덜 떨며 별을 구경하고 제이슨이 센스 있게 챙겨 온 컵라면을 먹었다.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챙겨갔는데 컵라면 먹기에 충분히 따뜻한 물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이었다. 테카포에서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다시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갈 시간. 신랑 옆에서 안 자겠다고 큰소리쳤으나 잠들었을 뿐이고, 신랑은 정말 너무 피곤했을 텐데 그 어두운 길을 끝까지 무사히 운전해주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4시. 뉴질랜드에서 보낼 시간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날 때마다 여기저기 여행하려고 즉흥적으로 움직이게 된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이것 또한 추억이 되겠지? 테카포에서 쏟아지던 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