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 열리는 불꽃축제

GUY FAWKS DAY_뉴브라이튼 불꽃축제

by 캔디부부

뉴질랜드에서의 예순한 번째 날

오늘은 한일이 많아 일기 쓰는 것이 너무 재밌을 것 같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는 오늘의 스케줄. 어김없이 아침에 겨우 일어나 준비를 하고 신랑이 챙겨주는 아침식사를 했다. 내가 어제 스프먹고싶다고 한 것을 기억하고 아침부터 온갖 준비물 꺼내서 스프끓이는 신랑이 최고다. 3시에 근무가 끝나야 하는데, 새로 온 직원이 아직 일이 능숙하지 않아 업무가 계속 딜레이 되는 바람에 나까지 초과근무를 했다. 오늘은 신랑과 함께 운동하기로 약속한 날이라 퇴근하고 헤글리 파크도 한 바퀴 돌고 왔다. 집에 들어와 씻고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집주인 마이크 아저씨가 들어와서 크라이스트처치에는 1년에 한 번, 11월 5일에 불꽃축제가 열린다고 했다. 마침 오늘이 11월 5일이니 한번 다녀와보라고 추천해줬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였지만 용케 알아듣고 어디서, 몇 시에 폭풍질문을 해서 원하는 대답을 모두 얻어냈다. 매년 11월 5일, 크라이스트처치 뉴브라이튼 피어, 오후 9시. 사람이 엄청 많을 거라고, 미리 가서 자리 잡는 것이 좋다고 하시길래 '에이, 많아봤자 얼마나 많겠어'하는 마음으로 바람 쐬러 다녀올 겸 나갈 준비를 했다. 나름 바닷가 근처를 간다고 가지고 있는 옷 중에 제일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출발했으나 곧 우리의 준비성이 매우 미흡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도착했는데 차가 얼마나 많은지 주차하는데 빙글빙글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르겠다. 겨우겨우 주차를 하고 내려서 걸어갔다. 정말 엄청난 주차 행렬이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사람들은 다 모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1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뉴브라이튼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환영한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럼 실버밴드가 연주도 하고 있었다. 어디서 불꽃축제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주변을 살피며 사람들 따라서 들어와 눈치 보고 자리 잡고 앉았다. 다리 위에서는 불꽃축제를 위한 라디오도 진행하고 있었다. 음악도 크게 틀어서 분위기도 띄워주고, 사람들도 라디오 멘트에 따라 반응해주고. 듣기만 해도 즐거운 분위기였다. 9시가 거의 다 되어가니 날도 어둑어둑해지고, 다리에도 예쁜 불빛들이 켜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다리 위 불빛들이 탁, 하고 꺼지더니 드디어 불꽃축제가 시작되었다. 사진으로 다 담기지 않는 엄청난 불꽃축제의 현장이었다. 목이 부러질 정도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하고 있었는데 저 불꽃 중 하나가 내 이마에 톡 하고 떨어졌다. 뜨겁지는 않았는데 깜짝 놀라서 뗴어버렸다. 20여 분간 쉴 새 없이 여기저기서 팡팡 불꽃이 터졌다. 불꽃축제가 끝나고 나니 우르르 사람들이 나갔다. 마이크 아저씨 덕분에 일 년에 한 번 할 수 있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런 귀한 축제가 있는 걸 몰랐다면 오늘도 예능을 보며 시간을 보냈을 텐데. 신기하고 잊지 못할 하루가 되었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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