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자전거 우선 도로에선 자동차가 우선인가 봄

따릉이 타고 바라본 자전거 우선 도로

by 캔디부부

최근 따릉이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있었다. 따릉이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시스템(?)으로 누구나 쉽게 자전거를 이용하여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 서울로 만드는 것에 그 목적이 있나 보다.


따릉이 시스템 자체는 굉장히 만족한다. 서울에 살면 느끼겠지만 여기저기 따릉이 대여소가 참 많고, 대여장소와 반납 장소가 같지 않아도 된다는 아주 큰 장점이 있다. 내가 A정류소에서 따릉이를 빌리고, B정류소에 반납해도 된다는 이야기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아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요금도 저렴한 편이라 참 좋았다. 앱을 설치하고, 큐알코드만 찍으면 대여가 되고 반납이 되기 때문에 정말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한 시간권을 1000원에 구입하면, 24시간 동안 1시간씩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24시간 중에 1시간만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시간 내로 타고 반납하면 또 1시간 동안 대여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아주 좋은 따릉이.


따릉이를 타고 서울 곳곳을 누비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따릉이를 타기 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따릉이를 타며 보니 생각보다 따릉이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참 아쉬운 점은 따릉이를 타는 사람은 많은데, 따릉이를 탈만한 도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운전면허시험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면 이것도 교통수단이 된다. 인도는 사람이 다니는 곳이니 엄연히 따지면 인도에서는 따릉이를 타며 안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도에서 따릉이를 타며 심지어 길을 비키라고 따릉 따릉 울리며 지나가곤 한다. 따릉이만 대여가 가능하고, 헬멧을 따로 대여할 수는 없어서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헬멧을 일일이 챙겨 다니지 않는 이상.


그렇다면 헬멧을 쓰지 않은 채로,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린다...? 사실상 너무 위험한 일인 것 같다. 이쯤 되면 자전거 타는 사람이 당연히 헬멧을 써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걸.


인도에서 따릉이를 타고 다니는 건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내려서 걸어야 하는 일이 더 많았다. 그래서 도로에 대문짝만 하게 표시되어있는 자전거 우선 도로의 가장자리를 달려보기로 했다. 표지판이 참 많았다.


"자전거 우선 도로", "자전거 주의"


차가 많지 않을 때 자전거 우선 도로를 자전거가 마음껏 달리는 건 참 행복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니까 참 좋았다. 그런데 그 순간은 잠시. 자동차 경적이 빠아아아앙! 울렸다. 정말 깜짝 놀라서 그대로 넘어질뻔했다. 자동차들은 꽤나 빠른 속도로 내 옆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차도 한가운데로 가던 것도 아니고, 가장자리에 붙어서 가고 있었는데 스치듯 내 옆을 지나가는 자동차가 참 많았다. 무서웠다. 자전거 우선 도로라고 저렇게 크게 쓰여있는데 자전거가 우선되는 건 어떤 건지 궁금했다.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9개월간 지낸 적이 있다. 뉴질랜드는 따릉이처럼 자전거 대여시스템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자전거를 참 많이 타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자전거도로가 아주 잘 발달되어있다. 그냥 인도에 자전거도로를 그려놓은 것이 아니라, 차도와 인도 사이에 경계석으로 분리하여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어 있는 도로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도심에는 자전거 전용 신호등도 존재한다. 자전거도 신호등 신호에 맞춰 다녀야 한다. 이렇게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으니 사람들도 더 자전거를 타게 되겠지. 사람들이 헬멧도 다 쓰고 다녔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나라의 현실 속 자전거 우선 도로가 참 씁쓸하게 다가왔다.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속상함도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도 달라질까. 오늘은 따릉이 타고 속상했던 내 마음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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