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냉국

보고 싶은 할머니

by 소소예찬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도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7남매 중 첫 친손주로 태어난 저는 환갑이 넘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지원아? 할미랑 회관에 가서 목욕하자~"

시골마을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늘 바쁘신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저는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겨울철만 되면 할머니 손을 잡고 마을회관 목욕탕에 목욕을 하러 갔습니다.

할머니도 손녀딸이 있어서 목욕탕도 함께 갈 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지원이 유치원행사에 할미도 가서 구경할 거야"

"할머니 오면 내가 유리 선생님들한테 자랑할 거야"

"뭐라고 자랑할 건데?"

"우리 할머니는 나만 이뻐한다고 하하하하"

"하하하하 맞아 맞다"


정말 저만 늘 이뻐하시는 할머니는 유치원행사에 오셔서 장기자랑에서 춤도 추셨습니다.

참 신기한 이유가 있는데요... 늘 근엄하시고 낯도 가리시는 우리 할머니가 유치원행사 무대에서 춤을 추셨고 인기상으로 원장님이 직접 만든 도자기 그릇 상품도 받았다는 것입니다.

"도자기 그릇이 참 이쁘다. 요기에 우리 지원이 오이냉국해주면 참 잘 먹겠는디"

"네네네 저 할머니 오이냉국 무지봏아하잖아요 요기에 해주세요"

할머니는 더운 여름날이면 늘 그 도자기그릇에 오이냉국을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저를 위해 무엇이든 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작은엄마들이 오시면 늘 저에게 하시는 말씀이

"지원이는 할머니가 많은 사랑을 주셔서 행복하지? 할머니가 땅에 안 놓고 안고 식사할 정도였어, 그래서 지원이는 먹을 것도 다 내 거야~ 라면서 우리 애들 못 먹게 했었지 호호호호"

철이 들고 들어보니 제가 어렸을 때 했던 행동들과 할머니가 저만 예뻐했던 것이 많이 서운했나 봅니다.

"지원아? 우리가 심은 고구마밭 알지? 그거 우리 지원이 거다 나중에 지원이가 할머니 생각하면서 고구마 심어봐"

이렇게 할머니는 저를 위한 고구마밭을 주실생각이셨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무렵 많이 아프셨습니다.

나트륨저하증등 여러 지병으로 종종 쓰러지시고 기억도 가물가물해 보이시고 가끔 저도 알아보지 못하셨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저에게 할머니는 "지원아? 지원이도 대학 가야지? 글쎄 아랫집 너랑 친구 하던 민석이는 글쎄 하하하하 아주아주 웃긴 대학인 아주아주대학이 들어갔다 웃기지?"

할머니는 어찌나 웃으시던지... 하지만 그날 이후 할머니는 요양원에 들어가셨고 결국 3년 전 크리스마스날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새벽 1시에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의 그리움,

제게 남은 것은 할머니가 저의 유치원행사에서 장기자랑으로 타오신 도자기그릇과 아주아주 웃긴 대학이라며 웃으시던 함박웃음을 짓는 할머니의 모습입니다.

할머니가 늘 말씀하셨던 고구마밭은 물질적인 부동산은 다른 형제분들의 몫이 되어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고구마는 심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도 할머니의 도자기그릇에 오이냉국을 담아 먹으면서 할머니가 그 시절 이 그릇에 만들어준 오이냉국을 그리워하며 추억을 상기합니다. 그 맛을 잊을 수 없기에 그 맛을 내기란 참 힘든가 봅니다.

할머니 보고 싶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지랖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