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1시간가량 걷기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나는 제일 먼저 욕실로 들어간다.
그러는 나를 지켜보며 홍차는 그런 나를 따라오며 뭐라 뭐라 한다.
"괜찮아, 금방 나올 테니 기다려"
홍차는 욕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고양이들에게는 사람의 화장실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문을 닫고 들어가서 한참을 나오지 않는 집사들 걱정에 그럴 수도, 그리고 홍차가 목욕하는 곳 그래서 싫어하는 욕실일 수도....
그래서인지 홍차는 내가 나올 때까지 화장실 문 앞 발매트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린다.
내가 나오다가 밟을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나에게 집중하고 있기에 내가 나오는 소리에 맞춰 자리를 피해주기 때문일까!
그래서 나는 샤워를 오래 하지 못하고 홍차를 생각하며 급하게 나온다.
가끔 짓궂은 남편이 내가 샤워하는 욕실의 전등불을 꺼버린다.
"어머, 정전인가?" 이러다가
"뭐야? 또 당신이야? 장난하지 마"라고 하다가 식상해지면 그냥 껐다켰다를 반복하다 그만둔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일상처럼 저녁 걷기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간 그날.
"또 당신이지? 이제 그만해 컴컴해서 무섭잖아"
"................"
"뭐야? 안 들려? 얼른 불 켜줘, 장난하지 마 나 지금 비누거품이라 눈 안 보인다고"
소리소리 질렀지만 아무런 답도 없었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 장난이 이렇게 오래가지는 않는데..... 뭐지?"
거품 묻은 눈을 대충 씻고 빼꼼히 문을 열면서 비스듬히 몸을 내어 손을 뻗어서 전등스위치를 켜려고 하는 순간
"어머, 홍차야~ 너야? 홍차가 범인이야? 어떻게 불을 꺼?"
"야~~ 엄망~~"
화장대에 올라가서 스위치에 앞발을 대고는 나를 쳐다본다.
"집사? 왜 늦게 나오는 거야?"라며 뭐라 하듯 나를 쳐다본다.
"여보 여보? 대박이야~~ 홍차가 글쎄 전등불을 껐어, 나는 당신이 장난치는 줄 알고 소리소리 지르고 욕도 할뻔했구먼 범인이 홍차라니 하하하하"
"무슨 고양이가 불을 끄니? 이제 거짓말도 하네 하하하하"
"정말이라니까.... 홍차야? 맞지?"
"야~~ 옴~~ 마"
홍차도 내 말이 맞다고 하는데 남편은 나를 이상하듯 바라본다.
욕실에서 나온 나를 바라보는 홍차의 눈빛은 너무도 맑고 사랑스러웠다.
"홍차야~~ 그래도 장난은 하지 말아 줘, 무섭단다. 이제는 샤워 얼른하고 나올게~~"
10월의 어느 날
나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누군가에게 존재감을 느끼며
너도 나에게 사랑을 주고
너도 나에게 관심을 주고
너도 나에게 존재감을 주니 더없이 행복한 10월을 보내며.....
나도 내가 살아가는 현실을 사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