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04.) 너도 감기 걸리니?

홍차의 병원일기

by 소소예찬

하룻밤새 변해버린 너.....

눈만 멀뚱멀뚱, 잠만 자려하고 밥도 안 먹고 종일 누워만 있는 홍차

"왜 그래? 밥을 먹어야지?"

먹는 거 너무 좋아해서 내가 ㅂ바을 먹을 때마다 나의 온몸을 긁어대며

"너만 먹니? 나도 줘"라고 하는 듯했던 행동들이....

전혀 다른 홍차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홍차가 좋아하는 츄르는 아주 잘 먹었다.

"왜 그러지? 열이 있나?"

체온계로 열을 재어봤다.

38도? 고양이는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인터넷창에 검색을 해보니 39도까지는 괜찮다고 되어있길래 츄르만 먹이고 또 그렇게 방치했다.

하지만 3일째 되던 날 그렇게 기운 없어 보이는 홍차가 자꾸 눈에 밟혀서 홈캠을 켜고 열심히 불러보았다.

"홍차야~~ 홍차야~~ 밥 먹자, 일어나"

이렇게 열심히 불렀지만 어디에도 홍차는 보이지 않았다.

평소대로라면 홈캠으로 달려와 소리치다 아무도 안 나오면 홈캠을 발로 차던 그런 막가파 홍차였는데....

..............

집안은 너무도 조용했다.


나는 순간 직장에서 조퇴를 내고 병원에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가자, 병원 가서 왜 그러나 알아보자"

홍차를 옆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기력이 없어서인지 옆자리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밥도 안 먹고요 기력이 없어서 누워만 있어요 이럴애가 아닌데요"

"몸이 좀 뜨겁네요 열이 있나 재어봅시다"

의사 선생님은 홍차를 안고 열을 체크했다.

"열이 있네요. 감기입니다. 주사 맞고 약 먹으면 괜찮아질 겁니다"


주사 한 대 맞을 때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주사 두대 맞을 때쯤 홍차는 의사 선생님을 바라보며 기운 빠진 목소리로 "아~~ 하~~ 악"

정말 처음 보는 하악질을 했다. 사실 너무 기력 없어서인지 하악질도 귀여울정도였다.

"이 놈 봐라~ 너 안 아프게 해 줄려는 건데.... 괜찮아 다 됐어"

그런데.....

주사 두대맞고 홍차의 눈빛이 달라졌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열이 내리면 밥도 잘 먹을 거라고 하셨다.

내 품에 안겨서 홍차는 서러운 듯 나를 쳐다봤다.


집에 도착해서 내려주자마자 홍차는 밥을 향해 달려갔다.

"아작아작" 소리 내며 먹는 모습을 보니 너무도 미안해졌다.

진작병원에 데리고 갔어야 했는데, 너무도 미안했다.


저녁약을 먹이고 나서는 홍차가 내 옆에 붙어서 깔아준 담요에 두발을 대며 꾹꾹이를 했다.

한참 동안 꾹꾹이를 하는데..... 발가락이 펴졌다 오므려졌다 하는 모습은 정말 홍차가 내게 보여준 처음의 꾹꾹이였다.

"얘가 아프더니 엄마생각이 나나 봐. 꾹꾹이는 엄마가 그립 다는 건데....."

남편의 감정이입된 말을 들으니 뜨거운 감정이 올라와 눈물이 고였다.

"홍차야~ 많이 서러웠구나! 아픈데 알아주지도 않았으니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겠어"

연실 꾹꾹이를 해대며 고개를 푹 숙인 홍차를 보며

내가 이 나이에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지난 세월 굴곡 많았던 삶을 살다 보니 이제 연민도 눈물도 메말라버려 더 이상

이전의 내가 아닐 텐데....

홍차가 나를 일깨워 준다.

작은 감정의 물방울들이 모여 모여 커다란 감정의 물줄기를 만들고
그 커다란 감정의 물줄기를 타고 그 이전의 사랑을 추억하며
잊어버린 그 작은 감정의 행복을 하나씩 하나씩 당겨내어
또 다른 삶의 내일의 나를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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