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과 은철의 또 다른 삶
지은의 집안형편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도박에, 바람에, 알코올에 나쁜 건 다 해야 했던 찌든 인생. 그런 아버지의 무기력함에 질린 어머니, 그런지라 지은의 어머니도 남들이 말하는 바람기, 외도가 깊어져갔고, 언니도 집이 싫다며 집을 나갔다.
오직 지은과 남동생만이 집안에 남았고 지은은 동생을 위해 학비를 벌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 집안생활에 괴로워하고 힘들어했던 지은은 은철을 알고부터 지은의 맘에 희망을 주는 사람.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부터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지은은 지친 몸과 마음을 무작정 은철에게 기대고 싶어졌다.
차갑고 무뚝뚝했던 은철도 다행히랄까? 싹순이 지은에게 마음을 급속도로 열어가고 있었다.
은철은 그 후 지은의 퇴근시간에 맞춰 버스정류장에서 지은을 기다렸고 둘은 같이 막창집과 닭발집으로 누가먼저랄 것 없이 그곳으로 그들의 발길은 향해갔다.
연탄불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붉은 막창과 닭발들의 향연에 지은과 은철의 사랑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나... 잠시 못 만날 때 지은이 여기 다른 사람과 오면 안 돼 알았지?"
"못 만나요? 왜?"
"나 계속 여기 있을 수 없잖아... 학교도 가야 하고..."
"그렇지, 그러네..."
지은은 아쉬운 마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제 또 나 혼자네..."
"한잔하자~ 우리 헤어지는 게 아니고 다시 멋지게 만날 거니까 그동안이라도 맨날 보자 하하하"
"......."
둘은 행복하게 발갛게 오른 열기로 서로에게 해복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은철이는 아르바이트가 끝 나갈 즈음...
“나, 술김에 그런 거 아니야, 그것만 알아줘.”
아르바이트 마지막날 은철은 지은에게 쪽지를 남겼고 다시 만나자는 약속도 하지 않은 채 은철은 복학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하지만 은철은 지은의 일과를 꿰뚫고 종종 그 병원을 찾아갔었고 지은을 놀라게 해 주었다.
그렇게 몰래 찾아와 지은의 두 눈을 가리고 사랑을 속삭였던 그 자리 그 손길, 그 발길, 그 여운, 등...
지은에게는 아직도 뼈저리게 아픔의 화석을 남기듯 생생하게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