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둥이

by 사탕볼

연극 강사님이 들어오시는 첫날이다. 1교시 안내에 ‘연극’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본 아이들의 질문 공세가 거세다.

“무슨 책 펴요?”

“책은 필요 없어요.”

“체육관 가요?”

“아니오. 교실에서 해요.”

“연극이 뭐예요?”

“1교시에는 연극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수업해 주실 거예요.”

“그러니까 연극이 뭐냐고요.”

아… 수업 안내에 왜 연극을 적어놓았느냐는 말이 아니라 ‘연’, ‘극’이 뭐냐는 질문이구나. 내 탓이지. 내 탓. 선생이 안다고 애들도 알 거라는 착각.

“연극이 뭔지는 연극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설명해 주실 거야.”

이 질문은 연극 선생님께 토스.


외부강사님이 오시는 수업은 교사가 교실에서 함께 있어야 한다. 필요하면 강사님의 수업에 도움도 드리고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태도가 안 좋은 아이들에게 살짝살짝 눈치를 준다. 앉을자리가 없으니 보통 뒤에 서있는데 마침 오늘은 특수실무원님께서 다른 학년 체험학습에 지원을 가셔서 우리 반 1등 애교쟁이 연아의 옆자리가 비었다.

내가 옆에 앉자 연아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 손 속에 자기 손을 쏙 집어넣는다. 내가 옆에 앉아서 기분이 좋은지 손을 꼼지락거린다. 꼭 잡으면 부서질 것 같은 손이다.

연아는 특수실무원님이 수업 시간, 쉬는 시간 늘 붙어서 도움을 주시는 학생이다. 볼선생은 앞에서 수업을 하기에 수업 중에 연아와 이렇게 옆에 앉아 있는 것은 처음이다.


연극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수업이 시작된다.

“이 연극은 ‘리어왕’이라는 아주 유명한 연극을 인형을 가지고 배우가 연기하는 연극이에요. 인형을 들고 조종하면서 연기를 하려면 배우가 참 힘들겠죠? 연극을 보고 선생님이 질문을 할 거니까 집중해서 봐야 해요. ”

아이들은 처음 보는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짧은 연극 영상을 본다.

“연극에는 9가지 요소가 있어요. 금방 여러분이 본 연극 속에 다 나왔는데 연극을 보고 생각나는 게 있는 친구 손 들어서 발표해 볼까요?”

아이들이 잠시 머뭇거린다. 원래 예시 없는 첫 대답은 어렵다.

“이 연극을 처음 소개할 때 선생님이 한 가지는 이야기했는데 기억해 보세요.”

똑똑한 채영이가

“인형!”

“오~ 인형! 그것도 연극의 한 요소는 맞아요. 그걸 연극에서는 소품이라고 해요.”

아이들의 머리가 복잡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

“나 뭐 하까. 나 뭐 하까.”

연아가 볼선생에게 속삭인다. 연아가 빨리 답을 말하라고 다그친다.

“배우, 배우.”

“손. 손.”

자기 손을 빨리 적당한 타이밍에 들게 하라는 뜻이다.

볼선생은 연극 선생님께 눈으로 텔레파시를 보내고 아이들의 오답이 쏟아지는 가운데 적당한 틈을 봐 연아의 팔을 번쩍 들게 한다.

“연아! 연아가 이야기해 볼까?”

“배우!”

“우와, 연아 정답. 맞아요. 배우가 있죠?”

연아의 입이 귀에 걸린다. 볼선생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볼선생의 손을 쓰다듬는다.

잘했다고 칭찬해주는가 보다.

수업시간에 실무원님과 속닥속닥 하는 게 이런 내용이구나.

너무 귀여워서 요고 요고 콱 깨물어주고 싶다. 누워있는 아기 같으면 얼른 배를 까서 푸르르르 배방구를 하고 싶다.

실무원님은 매일 이 귀여운 걸 혼자 보고 계셨단 말이지.

하하하하. 오늘은 내 차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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