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끝나고 오후수업의 시작이다. 점심시간에 에너지를 발산하고 들어온 아이들은 피곤해서 늘어진 아이도 있고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상기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앉아있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 얼굴을 살피는데 유진이 표정이 심상치 않다.
“유진아, 어디 불편해?”
대답은 없고 눈물을 흘린다.
“어디 아파? 보건실 갈까?”
대답은 안 하고 이젠 소리 내어 울며 엄마를 찾는다.
“엄마한테 전화해 줄까?”
점심 먹을 무렵이 되면 엄마가 보고 싶다고 자주 울던 유진이었다. 오늘도 엄마가 보고 싶어진 걸까.
엄마가 전화를 안 받으신다. 유진이는 점점 더 크게 울고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래. 언젠가 하려고 했던 벽에 그림 그리기를 하자. 교실 리모델링 하기 전에 낙서 한번 실컷 하려고 했으니 지금 해야겠다.
“얘들아, 크레파스 꺼내세요. 우리 수업 시간에 봄동산에 뭐 있는지 배웠지? 벽을 봄동산으로 꾸며주세요.”
“벽에 그림 그려도 돼요?”
“원래는 벽에 낙서 함부로 하면 안 되는데 이제 곧 이 건물 공사할 거라서 특별히 하는 거예요. 신나게 벽에 그림 그려요.”
아이들은 환호를 하며 벽에 붙어 그림에 열중하고 있다.
“유진아, 어디 아픈 거야? 선생님한테 말을 해야 도와줄 수 있어. 보건실에 가볼까?”
고개를 저으며 버티고 앉아있다. 엄마를 목놓아 부르며.....
한참을 울더니 작은 목소리로 배가 아프다고 한다.
“유진아, 배 아파? 선생님이랑 화장실 갈까?”
고개를 더 세게 내저으며 거절한다.
“엄마~~~!! 엄마~~~~!!”
한참을 그렇게 울다가 갑자기 울음을 뚝 그친다.
아....
“유진아, 선생님이랑 화장실 갈까?”
고개를 끄덕인다. 물티슈를 챙겨서 화장실로 간다. 바지를 벗겨보니 설사를 했다. 화장실 뒤처리를 엄마하고만 해본 유진이. 물티슈로 일단 급한 부분부터 닦이고 화장실에서 변을 더 볼 수 있도록 했다. 화장실에서 마냥 유진이만 챙기고 있을 수 없기에 금방 온다고 하고 전속력으로 달려 교실에 있는 아이들을 살피러 간다. 교실은 아직 싸움이 일어나지 않고 무사하다.
급히 화장실로 돌아와서는 구석구석 깨끗이 닦는다.
... 다 닦았다.
닦이고 나서 이제부터가 문제다. 엄마와 통화가 되어야 한다. 몸과 옷을 물티슈로 닦는다고 닦았지만 냄새는 어쩔 수가 없어 교실에 아이들이 눈치채지 않을까 걱정이다. 겨우 엄마와 통화가 되고 엄마가 30분쯤 후에나 오실 수 있다고 하신다.
이제 교실에 가야 한다.
아이들은 여전히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한참 교실에 같이 있는데 다행히 이상한 냄새난다는 말이 없다. 엄마가 오시고 유진이는 그쳤던 울음을 다시 터뜨린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등교한 민규와 진우가 칠판 앞에 앉아서 보드게임을 하고 논다. 둘이 놀다가 민규가 방귀를 뀐 모양이다. 둘이 깔깔 웃으며 방구 뽕 방구 뽕 하면서 논다.
“살다 보면 방구도 낄 수 있고 똥도 쌀 수 있고 그렇지 뭐.”
아이들이 알고 있었다.
단 한 명도 똥냄새난다 똥 싼 거 아니냐는 말을 하지 않아서 모르는 줄 알았다.
그림 그리는 데 열중한 척 배려하고 있었구나.
학년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그날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