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틀리자

by 사탕볼

“선생님,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실컷 설명하고 시작하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 아이가 수학 익힘책을 들고 나온다.

“문제를 잘 읽어보고 혼자서 풀어본 다음에 선생님이 가르쳐줄게.”

“저 몰라서 다 틀려요.”

“학교는 틀리려고 오는 거야. 몰랐어?”

“예? 아닌데요? 100점 맞으러 오는 건데요?”


지금까지 만난 1학년은 한 번도 빠짐없이 3월에 이 질문을 한다.

“선생님, 우리 공부는 언제 해요?”

“지금 하는 게 다 공부예요. 선 바르게 긋기, 바른 자세로 앉기가 다 공부지.”

“그런 거 말고 더하기, 빼기, 곱하기 이런 거요.”

더하기, 빼기는 그렇다 쳐도 곱하기까지 알다니...

입학 초기 적응기간을 마치고 수학책을 펴면 또 한 마디씩 한다.

“이거 다 아는데요?”

“유치원 때 다 했어요.”

“지금은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때야. 앞으로 너희들이 공부할 날은 많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네? 중학교는 3년이라고요? 중학교 4학년은 없어요?”

늘 아이들은 나와 다른 지점에서 놀라는구나.

“지금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 바라보는 거, 바른 자세로 앉는 거, 주어진 과제를 정성껏 하는 거 그런 걸 계속 배우고 연습해야 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다.

그래. 모르니까 배우러 왔지 알면 뭐 하러 학교에 왔을까.


진도가 나가고 덧셈, 뺄셈이 나오면 모르겠다고 하는 아이가 금세 속출한다.

예전엔 2 더하기 7은 알지만 2명이 타고 있는 버스에 7명이 더 타면 모두 몇 명인지 몰랐는데 요즘은 2 더하기 7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제법 있다.

5 이하의 수를 더하는 것은 양손을 써서 하면 되는데 6을 넘어가면 양손에 두 수를 각각 표현하지 못하니 어려울 수밖에...

“모르면 선생님께 물어보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 모르니까 배우려고 왔지. 너희는 모르는 게 당연한 거야. 학교에는 열심히 틀리러 오는 거야. 알겠지?”

“왜 틀리러 와요?”

“니가 틀려야 뭘 모르는지를 알고 선생님이 가르쳐주지. 안 틀리면 배울 수가 없어. 그리고 틀리는 것도 잘 틀려야 돼. 잘 틀리려면 열심히 풀어야 되고.”

무슨 말인지 여전히 못 알아듣는다.

그래. 모르는 게 당연하다.


내 다이어리에는 문구가 하나 붙어있다.

떠드는 애가 정상이다. 뛰는 애가 정상이다. 모르는 애가 정상이다. 알면 지가 선생하지.

3학년 담임 시절 어느 날, 여자아이가 내 다이어리를 보고는

“선생님, 이 말 완전 맘에 들어요. 내 스타일이에요.”

라며 활짝 웃는다.


얘야, 너도 내 스타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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