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네 명이서 오페라의 유령을 봤다.
난 좌석이 어딘지도 모르고 친구가 예매해 놓은 자리로 따라간다. 오페라글라스를 빌리려는 나를 친구가 말린다.
"우리 자리 앞쪽이다. 없어도 될끼다."
가보니 좌석은 좌측 오페라석 2열....
없어도 되기는 무슨. 들고 있으면 웃길 자리구만.
가운데 오페라석 머리 위에는 샹들리에가 있어서 떨어지면 그 관객이 죽을만한 자리.
좌측이라 죽진 않겠다. 고맙다 친구...
손을 뻗으면 배우와 하이파이브도 할 수 있을 자리에 앉아 너무 생생한 공연을 본다. 경찰은 갑자기 우리 앞 줄에서 솟아나와 무대를 향해 총을 겨눈다. 배우도 그 자리가 민망한지 돌아서서 오페라석 관객한테 겨누며 장난을 친다. 경찰이 총을 쏘자 화약 냄새가 진동한다.
그렇게 공연이 흐르고 극이 점점 긴장을 더해가는 가운데. 노래를 누가 하는데 어디서 부르는지 모르겠다.
"저 있다. 봐라. 발이가 손이가?"
잘 살펴보니 천장에 매달린 무대장치 위에 발인지 손인지 어쨌든 사람이 있다는 걸 찾아냈다.
이대로는 안 보인다....
친구 넷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오른쪽으로 드러눕는다. 내가 제일 오른쪽이었는데 다행히 복도 쪽 끝자리다. 목이 부러질 듯이 누워서 팬텀을 바라보다가 우리 쪽을 보는 팬텀을 보고 민망해졌다. 아줌마 네 명이 조르륵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팬텀도 웃음을 참고 있겠지. (공연을 방해해서 미안해요. 팬텀...)
"빈 살만 씨,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이 있어요. 그런데 필요한 게 조금 있어요. 어떤 지점이든 보고 싶은 자리로 이동이 가능한 공중부양 좌석과 거기에 맞는 공연장이 필요해요. 난 그 무대 위로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보고 싶거든요. 크리스틴이 고음을 뽑는 장면은 배우 숨소리까지 듣고 싶어요. 발레리나들이 춤추는 장면에서는 의자에서 내려 따라 해 보기도 하고요. "
"무대 세트도 하나 소장용으로 따로 제작하지. 200억밖에 안 하는군. 그 공연장은 우리 274일 기념 선물로 내가 준비할게요."
"고마워요. 빈 살만 씨."
몇 개월 후 나는 준비된 공연장에서 나만의 특별 좌석에 앉아 공연장을 날아다니며 오페라의 유령을 감상한다.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장면은 내가 원하는 위치에 좌석을 옮겨가며 여러 번 다시 볼 수 있도록 한다. 소름 돋는 크리스틴의 노래를 코 앞에서 듣고 저 높은 곳에 있는 팬텀과 눈높이를 맞추고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세트가 바뀌고 어느새 지하호수 장면.
팬텀이 배를 젓는 장면을 잠시 멈춘다.
"크리스틴, 잠시만 내려줄래?"
올 겨울도 그 친구들과 무슨 공연이든 하나 같이 보며 1박을 하겠지.
친구야. 이번엔 내가 좌석 예매할게. 오페라글라스 빌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