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이 미슐랭 ★★★★★

by 사탕볼

나는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바깥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다.

내 최상의 상태는 등을 붙이고 내 침대에 누워있을 때이다.

배가 고프지도 부르지도 않은,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배고파 죽겠다가 0이고 배불러 죽겠다가 10이라면 4 정도가 딱 적당하다.

음식의 종류도 난 평생 현미후레이크와 생식만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다. 가끔 라면 정도 먹으면 괜찮은 그런 입이다.

아! 빵은 필요하다.

단백질은 몸을 만들고 탄수화물은 인성을 만든다는 옛 성현의 말씀을 따라야지. 나의 올바른 인성 함양을 위해 빵은 필수적으로 챙겨 먹는다. 내 사랑 에그타르트♡.

먹는 양도 그렇게 많지 않고 맛있는 것을 특별히 찾아먹지도 않는데 돈이 왜 필요한가.


휴가 시즌이 다가오면 모이는 자리마다 휴가 계획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외국 어디에 가면 뭐가 맛있고 어디에 가면 꼭 뭘 먹어야 되고 그런 공식들이 정해져 있다.

“사탕볼은 여름에 어디 갈 거야?”

“안 갈 건데요.”

“어머, 휴가 안 가세요?”

“저 빼고 식구들이 한 달 유럽 여행 갔으면 좋겠어요.”

“혼자 뭐 하려고?”

“천장 보고 있으려고요.”

(내 은밀한 취미는 내 방 천장 바라보기다.)

“2조 있어도 쓸데도 없겠다.”

나의 2조. 쓸데없다는 말을 듣게 할 순 없지.


“전 2조 생기면 집에 누워서 오사카에서 몇 대째 가업으로 라멘집을 운영하는 장인을 전용기로 불러다가 내 집에서 신라면 끓여달라 할 거예요.”

내가 여행 보따리를 싸서 공항까지 가고 거기서 다시 일본에 내려 맛집을 찾아가는 거.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난 비서에게 이야기하겠지.

“쓰께다시 상에게 신라면 하나 면발 살려서 노른자는 터뜨리지 않고 반숙으로 끓여달라고 해주세요.”

비서는 벌써 서로 하고 싶다고 줄을 섰다.

비서에게 전달받은 복잡한 나의 요구에 따라 쓰께다시 상은 200년 전통의 손맛으로 신라면을 끓인다.

라면 끓이는 냄새가 기가 막힌다.

라면이 적당히 딱 끓여지고 내가 한 젓가락 면을 건질 바로 그때.

미리 섭외된 플루티스트 쟈스민이 식탁 앞 무대에서 연주를 한다.

내가 요즘 연습하는 에튀드에서 잘 안 되는 부분인 더블텅잉과 슬러를 반복해서 들려준다.

자꾸 들으면 연습에 도움이 된다고 했으니~^^

위해 준비된 지브리 OST 레파토리가 시작되면 피아노 반주도 함께 한다. 다른 화려한 무대장치는 생략한다. 간단한 저녁이니까.

20분 동안 난 플루트 연주를 들으며 일본 라멘 장인이 끓여준 신라면으로 저녁식사를 한다.

비싼 한 끼다.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삼시세끼 이렇게 밥만 먹고살아도 2조 모자랄 거 같다.


빈 살만 씨. 라면 먹고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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