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끈끈이

by 사탕볼

라떼는 교실 칠판 위에 쥐가 다다다다 뛰어가기도 했지.

참 옛날이다. 요즘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그땐 일상이었다.

행정실에서 학교에 쥐가 많으니 각 교실에 놓으라고 쥐끈끈이를 몇 개씩 나눠주셨다. 당시 신규 2년 차였던 아기 같은 5학년 5반 담임 볼선생은 쥐끈끈이를 난생처음 봤다. 실내에서 살아 움직이는 쥐와 맞닥뜨린 것도 그 해가 처음이었다.


방과 후 아이들이 없는 교실에서 기름 난로에 끈끈이를 갖다 대서 녹인다. 그냥 잡아 뜯다가 옆 반 선생님께 방법을 전수받아 겨우 펼쳤다. 펼치자 그 안에는 쥐를 유인할 먹이가 몇 알 붙어있다. 신기하다. 미리 안내받은 쥐가 잡힐 만한 곳에 갖다 놓는데 혹시 쥐와 마주칠까 겁이 난다. 그래도 해야지. 내가 선생인데.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쥐가 잡혔는지 하나하나 확인한다.

우리 교실에서 잡히지 마라.. 제발...

맙소사! 커다란 프로젝션 TV 뒤편에 놓아둔 것에 한 마리가 붙어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산 채로.... 쥐약처럼 잡히면 바로 죽는 거 아닌가? 혼란스럽다. 끈적한 곳에 붙어서 산 채로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힘이 빠졌는지 많이 움직이지는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하나둘 등교하여 모두 자리에 앉는다.

매우 엄숙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묻는다.

“나는 쥐가 무섭지 않다. 손.”

여학생 몇 명 빼고 손을 다 든다. 용감한 아이들...

“난 우리 반에서 제일 쥐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손.”

몇몇이 손을 내렸지만 아직도 10명쯤 된다.

“난 어른이 쥐를 치우는 걸 본 적이 있다. 손.”

진짜 딱 한 명이 손을 들고 있다.

“진호야, 저기 텔레비전 뒤에 쥐가 있으니까 좀 치워줄래?”

검은 봉지와 집게를 내밀며 말한다. 지구를 구해달라는 부탁처럼.

진호는 아주 당당하게 받아 들며 걱정하지 말라고 자기가 금방 치우겠다고 하고 텔레비전 뒤로 들어간다.

(옛날 큰 프로젝션 TV를 교실 앞쪽에 대각선으로 놓으면 뒤편에 세모 모양 공간이 생긴다.)

나와야 할 시간이 지난 거 같은데 아직도 진호가 끙끙거리고 있다.

용감한 척은 했지만 역시 애는 애구나 싶어

“진호야, 보니까 좀 징그럽지? 그냥 나와. 괜찮아. 선생님이 할게.”

“안 무서운데요. 선생님 그런데 쥐가 잘 안 떨어져요.”


“아니야! 아니야!"

"그거 떼면 안 돼. 떼는 거 아니야. 그냥 접어. 집게로 접어서 봉지에 넣어.”


이 자식... 치우는 거 봤다는 거 거짓말이었어...

그래도 용감하긴 진짜 용감하구나.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 교실 뒤쪽 나무 바닥 갈라진 틈으로 쥐가 보여서 아이들이 귀엽다고(?) 과자와 소시지를 넣어줬다고 한다. 아이들은 언제나 어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20년 전 열악한 교실과 순박하고 용감한 아이들 그리고 어설픈 신규의 콜라보다.

keyword
이전 07화#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