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교사

by 사탕볼

“오늘 선생님이 읽어줄 책은~~ 바로바로 ‘알을 품은 오리’라는 제목의 책이에요”

1, 2학년을 맡으면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국어 시간 등을 활용해 매일 그림책을 한 권씩 읽어준다. 독서의 교육적인 효과, 중요성은 너무나 다들 아는 내용이지만 사실 중요한 게 독서뿐이랴.

어떤 교육활동을 꾸준히 하는 데에 필요한 건 중요성도 중요성이지만 일단 교사가 재미있어야 한다. 난 내가 그림책을 좋아한다. 다행히 아이들도 내가 책 읽어주는 시간을 좋아한다.


학급 아이들이 해마다 달라지니 같은 책을 읽어도 반응이 다 다르다.

보통 책을 읽기 전 먼저 표지를 보며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생각해 보자고 시작한다. 그럼 아이들이 여우가 있어요, 오리도 있어요 하며 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이때 질문을 하려고 지안이가 손을 번쩍 든다.

“여우는 포유류인데 어떻게 알을 품지요?”

지안이 질문의 난이도가 상당하다.

“그렇지만 포유류 중에 오리너구리는 알을 낳기도 해.”

서현아, 선생님은 몰랐다. 진짜로...

마지막 주영이의 멘트가 나를 넘어가게 한다.

“그렇다면 이 책에는 어떤 내용이 나올까 궁금해지네.”

이십 년 전 학습지도 연구대회였으면 분명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동기유발의 정석이다. 보조교사들의 활약 덕분에 아이들의 관심이 책에 집중된 가운데 1인극을 해낸다. 그림책 읽어주기도 오래 하면 연기력이 는다.

여우가 알을 먹고 싶어서 입맛을 다시는 것, 품어서 새가 되면 먹어야지 하는 욕심이 가득한 목소리, 알을 곧 깨고 나오려는 순간 잡아먹히는 모습을 차마 못 보겠다는 다람쥐의 몸짓, 그러다가 알을 깨고 나온 오리가 엄마, 엄마하고 부를 때 당황하는 여우의 말투, 결국 품고 있던 정을 떼지 못해 행복하게 살아가는 해피엔딩까지.

아이들이 함빡 빠져서 이야기를 듣는다.

“여우가 오리를 잡아먹을까?”

“아니요!”

귀여운 1학년. 이 맛에 출근한다.


책 읽기가 끝나고 쉬는 시간 주영이가 다가와서 하는 말.

“선생님, 여우가 오리를 입양한 거 같아요. 먹는 게 서로 달라서 힘들긴 하겠지만요.”

더 가르칠 게 없네요. 보조교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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