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날

by 사탕볼

현충일이 있는 6월에 맞춰 통합교과 교과서 “우리나라”에 들어간다.

수업 준비하며 자료를 찾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노래가 나온다.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그러고 보니 요즘은 무슨 날 노래는 안 가르친다.


조기 만들기 할 재료로 수수깡과 노란 폼폼이를 준비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의미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고민한다.

아직 1학년은 나라에 대한 개념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엄마는 중국 사람이야.”

라고 다문화가정 아이가 친구에게 말하면

“우리 엄마는 대구 사람이거든.”

아이들에게 대구와 중국이 다르지 않다. 개념이 없으니 편견도 없다.

나라가 뭔지 북한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현충일과 6.25를 가르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튜브에 마침 현충일 기념 ‘뮤지컬’이라는 개그콘서트 영상이 보인다. 재생시켜 보니 예전에 봤던 기억이 난다. 이걸 보여주면 좀 이해할까.


“여러분 내일은 무슨 날일까요?”

“노는 날.”

“음. 학교 안 오는 날인 건 맞는데 노는 날이라고 하는 건 틀린 거 같아요. 슬픈 일이 있었으니 다 같이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날이라고 하는 게 맞을 거 같네요.”

“그게 뭐예요?”

“나 알아요. 현충일이잖아요.”

“우와, 대단한데? 선생님이랑 같이 영상 하나 보고 이야기하자”

아이들은 일단 TV 보자고 하면 좋아한다.

영상 속에는 한 동네에 친한 친구로 지내던 남학생 셋과 여학생 한 명이 행복한 날을 보내다 갑자기 일어난 전쟁으로 남학생 셋이 목숨을 잃는 내용이 노래와 함께 나온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감정이입을 한다. 우는 여학생이 두 명이다.

다 보고 난 아이들은 너무 슬프다고 하며 그래서 진짜 죽었냐고 묻는다.

저렇게 가족과 친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은 사람이 13만 7천.... 아니 만명도 넘고 2만 명도 넘고 엄청 많다고 대답한다. 아이들에게 13만 7천은 너무 어렵다. 아이들이 가늠할 수 있는 최고의 숫자는 만!

“선생님, 너무 불쌍해요. 죽으면 이제 못 보는 거잖아요.”

“그렇지. 가족들과 친구들이 많이 슬퍼하셨겠지. 그때 지켜주셔서 지금 우리가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는 놀이도 할 수 있는 거야.”

심각한 표정의 지안이가 손을 든다.

“선생님, 저 3살 때 외할아버지가 전쟁에 나가서 돌아가셨어요.”

1학년이 하는 이런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이 내용에 깊이 공감하고 오늘 수업 내용이 진짜 슬프다는 자기만의 표현일 뿐.

“할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겠네. 내일 꼭 태극기 조기로 달아.”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1학년!”

“1반!”

“여러분 우리 지역에 충혼탑이 어디 있는지 아나요?”

“네. 저 엄마랑 많이 가요.”

“거기가 뭐 하는 곳인 줄 아는 사람 있어요?”

우리 반 똑순이가 큰 소리로 대답한다.

“운동하는 곳이요!”

그래. 니 말이 맞다. 운동하는 곳이지.

충혼탑에서 내일은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는 행사를 갖는다고 간단히 설명을 하고 조기 만들기 재료를 나누기 위해 몸을 바삐 움직인다.


만들기라는 엄청난 수업을 하고 진이 빠진 나에게

재원이가 제법 어두운 표정으로 다가온다.

“선생님, 저... 내일 슬픈 날이잖아요.”

“어. 잘 들었네. 내일은 학교 안 오는 날이지만 슬픈 날이에요.”

“그런데... 저 아빠랑 캠핑 가도 돼요?”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거니? 재원이 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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