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오늘 읽어주는 책은 ‘짝짝이 양말’이다. 샘이 엄마에게 왜 양말은 짝을 맞춰 신어야 되는지 물어보았는데 엄마는 그냥 그건 당연한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 그림책은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한 인정, 포용,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는 창의성에 대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미있게 표현된 책이다.
우리의 주인공 샘은 그렇게 신는 건 지겹다고 이제부터 자기는 양말을 짝짝이로 신겠다고 엄마에게 선언한다. 엄마는 그런 샘의 도발에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짝짝이 양말을 신고서 학교에 간다. 이제부터 이야기는 시작이다.
그런데
“아니, 엄마가 신고 가게 해줬다고요?”
“할아버지한테 혼나는데.”
아이들의 눈에는 짝짝이로 신겠다는 발상이 신기한 게 아니라 허락해 준 엄마가 신기하다.
운동장에 모인 전교생 앞에서 샘은 자신의 짝짝이 양말을 보여준다. 친구들은 샘을 엉뚱하다고 하면서도 서로 양말을 바꿔 신기 시작한다.
“어? 재밌겠다.”
지금 당장? 아니야… 그건 아니야… 아이들은 늘 내 상상을 뛰어넘는다. 당장 친구 양말과 바꿔신으려는 적극적인 어린이를 진정시키고 그림책 읽기를 이어간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주 놀랍다. 학교 친구뿐 아니라 동네 사람들, 온 나라 사람들까지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급기야 뜬금없이 임금님이 나와서 앞으로 양말은 짝짝이로 신으라고 명령한다.
이런 전개가 웃겨야 하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그다지 신통치 않다.
마지막 장면. 모두가 다 짝짝이 양말을 신게 되자 샘이 갑자기 뒤통수를 친다.
“짝짝이 양말은 지겨워. 그건 누구나 하는 거니까.”
이 장면에서 아이들은 웃는다. 반전은 애나 어른이나 좋아한다.
그림책을 다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야기의 방향이 예상과 다르다.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한 태도나 별난 생각이 아니라 우리 엄마는 짝짝이 양말을 신는 것을 허락해 주느냐 아니냐로 심각하게 이야기가 오간다.
“나도 전에 저렇게 신으려고 했는데 엄마가 절대 안 된대.”
“맞아. 우리 아빠도 못 신게 해.”
볼선생의 머릿속에 아이들과 재미있는 추억을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내일 우리 다 같이 짝짝이 양말 신고 올까?”
“네??”
아이들이 난리다. 엄마가 허락 안 해준다, 아빠한테 혼난다, 선생님도 신을 거냐….
“선생님도 내일 짝짝이로 신고 올 거야!”
“정말요?”
“그리고 엄마한테 내일 하루는 짝짝이로 신고 올 수 있게 허락해 달라고 연락해 놓을게.”
“이야! 재밌겠다.”
학부모님께 책 사진과 내용도 찍어서 같이 보내며
[오늘 함께 읽은 그림책 ‘짝짝이 양말’입니다. 내일 하루 짝짝이로 신고 가겠다고 해도 허락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자를 보냈다.
재미있겠다,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는 부모님들의 답장이 온다.
다음 날 아침.
짝짝이 양말을 신고 출근한 볼선생.
아이들이 하나둘 등교하기 시작한다. 벌써 설렌다.
아이들이 나를 보고… 놀린다.
“하하하하하하하. 선생님 짝짝이 신었다.”
이런 배신자들. 다 양말 제대로 신고 왔잖아!
“어제 우리 짝짝이로 신고 오기로 해서 짝짝이로 신고 왔어.”
“전 짝짝이로 신기 싫어서 그냥 왔어요.”
그래….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다름을 인정하자고 선생님이 어제 그렇게 이야기했었지…
그래도 한 명도 짝짝이로 안 신고 오는 건 너무 한 거 아니냐!!
1교시를 마치고 수아가 내 앞에 슬쩍 다가온다.
“선생님, 저도 짝짝이예요.”
아까는 분명 제대로 신고 왔었는데?
“양말을 하나 더 가지고 왔어요.”
아이들이 다 안 신고 오면 창피할까 봐 와서 보고 신으려고 했나 보다. 와서 보니 친구들이 다 안 신고 와서 안 꺼내고 있다가 선생님 혼자 신고 있으니 가방에서 양말을 꺼내 바꿔 신고 선생님을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