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by 사탕볼

"곧 있으면 추석인데 추석날 밤에는 어떤 달이 뜰까요?"

"밝은 달?"

내가 질문을 잘못했구나.

"엄청 밝지. 밝은 달인데 무슨 모양의 달이 뜰까요?"

잠시 고민하던 채윤이가 알 것 같기도 모를 것 같기도 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공 모양?"

하하하하하하하하하

1학기 때 수학 시간에 배운 여러 가지 모양 중에서 찾아야 되는 줄 알았는가 보다.

1학기 수학에서 상자 모양, 둥근기둥 모양, 공 모양을 배웠다. 달은 공 모양이 확실하니 정답!

"맞네. 공 모양 맞아요. 1학기 때 배운 건데 안 잊어버렸네. 달 중에 반달도 있고 얇은 초승달도 있지만 추석날 밤에는 둥근 공 모양의 보름달이 떠요. 사람들은 추석날 뜨는 보름달에 소원을 빈답니다."

"진짜 들어줘요?"

진지한 민준이의 질문.

"비는 건 민준이 마음이고 들어주는 건 달 마음이니까 선생님은 모르지."

내 책임은 일단 아니다.


미리 만들어 둔 예시 작품을 보여주며 설명한다.

"선생님이 종이를 주면 달에 자기 이름과 소원을 이렇게 쓰고 달과 토끼를 예쁘게 색칠하세요. 그리고 가위로 조심해서 오린 후 선생님한테 들고 오면 실로 연결해 줄게요."

"선생님 소원은 뭐예요?"

"우리 반 어린이들 모두 건강하게 자라게 해 주세요~ 빌었지."

"에이~ 그런 거 말고 로또 당첨 이런 거 해야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 관심법을 쓸 줄 아는 녀석이군.


한참 열심히 쓰고 모르는 글자는 물어보며 자기만의 달을 만들어간다.

혜리가 색칠을 다 한 달과 토끼를 들고 오더니

"선생님, 오리는 거 어려워요. 선생님이 해주세요."

"혜리야, 오리기, 색칠하기, 붙이기 이런 게 다 공부야. 선생님이 공부를 대신해 줄 수는 없어."

안 해줄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돌아서 간다.

그 표정이 너무 귀엽다.

아이들이 자기 달을 완성할 동안 나는 벽에 달을 걸 줄을 친다. 줄을 치는 동안 그 줄 뭐 하는 거냐는 질문을 열 번 정도 받았다.

"너희들 소원 적은 달 걸려고 붙여요."

"달 걸 거예요."

칠판에 적어두면 안 물어볼 것 같은 분들에게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칠판에 볼선생이 '지금 선생님이 붙이고 있는 줄은 달을 거는 데 쓸 겁니다.'라고 써놓으면 질문이 두 가지로 늘어난다.

"선생님 지금 뭐해요? 칠판에는 왜 써놨어요?"

당신은 질문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저 난 대답만 계속하면 된다.

하나 둘 완성되어 들고 와 털실로 달과 토끼를 연결한다. 소원들이 제각각 다 다르다.

그중 동하의 소원이 눈에 띈다.

"동하야, 너 브롤스타즈 해?"

"네. 선생님은요?"

"선생님은 안 하고 옛날에 선생님 아들 하는 거 봤어."

"저는 몇 단계고 엄마는 몇 단계고 아빠는 몇 단계예요. 우리 집은 다 해요."

ㅎㅎㅎㅎ 화목한 가정.

"브롤스타즈 아이템 사고 싶어?"

"네!"

"그런데 이 소원은 달님이 들어주실지 잘 모르겠다."

"왜요?"

"달님이 브롤스타즈를 안 할 수도 있잖아. 뭔지 몰라서 못 들어주겠는데?"

"에이....."

실망하는 표정 너무 귀여운 거 아니니? ㅋ


달님~ 브롤스타즈, 로블록스 현질 10000개 해달랍니다. 소원 한 번만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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