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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D Oct 07. 2021

어느 너무나 안 좋았던 날

2021년 9월 17일 공개하지 못했던 글


력사는 사망했고, 서류 정리도 이젠 다 끝났고, 집도 팔았고, 난 이사도 했고, 정신과 선생님한텐 이제 더 댈 핑계가 없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는 했는데.


난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해?


이젠 정말 내가 얘를 위해서 할게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지?


그냥 사는 건 할 수 있는데, 뭘 해야 할까


목공도 하고 우쿨렐레도 배우고 다 할 수 있는데,


그냥 정말 내 머릿속 지우개 될 때까지 이렇게 살면 되는 건가? 어떤 날은 그냥 살고, 어떤 날은 잊고 살고, 어떤 날은 울며 살고 이렇게?


새벽 세시에 울고 다섯 시까지 헛소리하고 이렇게?


넷플릭스를 하루에 열 편씩 몰아보며 이렇게?


한밤중에 야식을 입 안에 욱여넣으면서 이렇게?


너무 괴로운 건,


난 좋은 생각이 하나도 안나


남들은 좋은 추억 이야기하는데,


난 죽기 싫다고 소리치던 력사만 생각나고


미동 없던 력사가 기억나고,


선생님을 부르러 가던 내가,


울지도 못하고 장례지도사랑 통화하고 화장장 예약하던 내가 생각나고,


마지막 일주일만 계속 떠올라.


근데, 그런 력사라도 같이 있음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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