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 마음속에서 흔들어대던 딸랑이가 경보음처럼 머리를 울린다
“죄송한데요. 제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자꾸만 말문이 막힌다.
내가 할 수 있는 손해배상에 대해 총력을 기울여 생각해 보지만 답할 수 있는 게 없다.
고등학교도 자퇴한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처음으로.
“뭐라고?”
“그게요, 제가 아직 할 수 있는 게.........”
얼굴을 쳐다볼 수는 없지만 여자의 목이 붉어져 있다.
말이 목구멍에 걸쳐져 내뱉을 수 없다. 삼키고 삼켜 봐도 마찬가지다.
“야. 말을 끝까지 해야 할 거 아냐? 어우 답답해. 뭐라고?”
여자가 간신히 짜증을 참는 말투로 질문한다.
손에서 자꾸만 땀이 난다.
양손을 모아 손바닥을 비벼대는 모습을 보며 여자가 오른쪽 눈썹을 두 번 올렸다 내렸다 한다.
"빌어도 소용없어."
"네?"
마침 하연이가 생전 처음 보는 공손한 자세로 차가운 물을 가져와 여자의 앞에 내려놓는다.
“이것들이, 오늘 불쌍해 보이려고 작정을 했구나!”
여자가 천천히 물을 마시며 무언가를 생각하는듯하다.
순간 나는 지금이 딸랑이를 흔들 때가 아닐까란 판단이 선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그날은 정말 힘든 일이 있었어요. 용서해주세요.”
“뭐야? 내가 왜?”
여자가 콧방귀를 뀌며 집안을 꼼꼼하게 훑어댄다.
“견적이 나오네. 비굴하게 붙어먹고 사는 것들. 학교에선 사고 치고 사회에 나와선
너 같은 것들끼리 오토바이 좀 몰았겠지. 우리 때도 너 같은 애들 있었어. 온갖 나쁜 짓하면서 가난 때문에 상처받아서 그런다며 이해해 달라고 불쌍한 척을 하지. 이런 순간마저도 같은 핑계를 대며 용서해달라고 조르고.
더 웃긴 건 남들이 가난하고 불쌍하다고 말하면 불같이 화를 내. 불우하고 불운하단 핑계는 어디에 갖다 붙여도 말이 돼?”
순간 마음속에서 흔들어대던 딸랑이가 경보음처럼 머리를 울린다.
paintings by laura ber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