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소동

Ep19 참아왔던 눈물이 따듯하게 뺨 위로 굴러 내린다.

by 요거슨 댈리

시동을 걸자 어딘지 모르게 헛발을 디딘 느낌이 든다.

배달 일들 하기 위해 타기 시작했기 때문인지 목적지 없는 곳까지 달려본 적이 없었다.

물결 위에 반짝이는 어둠을 발견했을 때쯤 핸드폰이 울렸다.

몇 번의 진동이 계속되자 다리 밑으로 내려가 핸드폰을 꺼낸다.

승범이 형의 문자다.


'내일 면접 보러 가는 데 같이 갈래?'

'시급이 꽤 괜찮아.'

'너나 나나 오래 쉴 형편은 못 되잖아.'


하늘을 올려보다 이내 눈동자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나뭇잎이 달빛을 받아 날카롭게 부서진 그림자 조각들 사이에 내가 서 있다.

다시 핸드폰이 울린다.


'니 안 오나?'


보낸 이의 이름에 '엄마'란 두 글자가 보인다.

하연이가 문자를 보낸 모양이다.

참아왔던 눈물이 따듯하게 뺨 위로 굴러 내린다.


"탁탁탁"


철문에 귀를 대자 낡은 심장이 힘겹게 뛰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승범이 형 나 왔어요."


형은 예상보다 밝은 표정으로 문을 연다.

들여다본 방안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먼지들로 가득하다.


"방 정리 도와주러 오라더니, 벌써 끝나가네."

"야- 누가 청소시키려고 불렀겠냐? 네가 기운 없어 보이니까 탕수육이나 사 먹이려고 불렀지.

하연이는?"

"사장님 댁에 맡기고 왔어요. 일자리도 구해야 하니까."


자꾸만 가라앉는 말꼬리를 당기듯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배달이요-"



그림출처: be behance.net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달빛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