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소동

Ep21 자꾸만 목소리가 몸통을 울린다.

by 요거슨 댈리

씹고 있던 고기를 양볼로 밀어 넣으며

당황과 기대의 기색으로 전화를 받는다.


"네, 여보세요?"

"승범씨 맞아요?"

"네, 네, 네."


형은 과도할 정도로 공손히 움츠려 통화를 하는 덕에

자꾸만 목소리가 몸통을 울린다.

목이 막혀 저러나 싶어 콜라 잔을 내밀어 보지만 급하게 손사래 친다.


"아, 네. 가능합니다. 네. 감사..."


말을 잇는 틈에 통화가 끝난 모양이다.

몰아넣은 고기를 다시 씹는 형의 얼굴이 들떠있다.


"좋은 일이야? 뭐야, 형아?'

"어. 나 취직했어. 맛있게 먹어. 빨리 먹어. 너도 곧 취직될 거니까 걱정 말고!"


어느새 자장면을 말끔히 비운 형은 탕수육 몇 개를 양념 속에서 건져내 나의 그릇에 올려준다.

다정한 얼굴이 반갑자마자 벌떡 일어나 주머니에서 구겨진 명함을 꺼내 내민다.


"바빌론?"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오토바이도 탈 줄 알고 배달일도 하니까 투잡이 어떨까 해서.

배달하면서 찌라시만 돌리면 돼."


고시에 대한 배신감인지 양심에 반하는 형의 행동을 받아들이기 힘듦에도

마음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탕수육 그릇마저 비워내자 형이 바닥을 딛고 일어난다. 잠깐 빈손을 바라보다

책이 가득한 박스를 들어 올린다.


"돈 벌로 가자."



캡처.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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