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소동

Ep 22 발 밑은 땅이기도 했다가 벽이기도 했다가 그저 그런 바닥이..

by 요거슨 댈리

공부를 하던 몇 년,

처진 어깨로 사계절을 슬리퍼만 신고 다니던 형이 운동화를 신은 모습이 생소하다.


"책 팔아서 하연랑 저녁 먹자."

"어."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움직이자 허리를 부여잡는 형의 손에서 어딘지 모르게 애절함이 느껴진다.


"상연아, 네 신발도 사줄게."

"형이나 사. 난 아직 걸을 만 해"


어젯밤 급하게 신발을 수습했다.

다시 초록색 테이프를 붙이며 '다음엔 본드를 써야지'라고

이후를 기약했다.


비록 달리기엔 무리가 있는 운동화지만

젊음이란 푸르름이 발바닥에라도 붙어있는 게

특별하단 긍정을 부려본다.

10분 남짓한 거리를 달려 헌책방 앞에 선다.



이 순간 전까진 가끔씩 형을 따라 책을 구하러 왔었기에 익은 얼굴의 주인 할아버지의 표정이지만

낯설다.


"로스쿨이다 뭐다 해서 나도 이젠 장사 접을 지경인데 이딴 헌책들을 어디 쓰라고......"

박스를 바라보던 할아버지가 주머니에서 만원을 꺼내 형의 손에 쥐어준다.

"고생했어. 나도 젊은 나이에 책방을 시작했었어.

처음엔 헌책이 될지 몰랐고,

이렇게 무용지물이 될 거란 건 꿈에도 몰랐어."


암담한 표정으로 서있는 청년을 달래듯 할아버지는 책을 꺼내 들며 형의 마음을 보듬는다.


"젊고 똑똑한 사람이니 뭐든 잘 할 거고,.

세상엔 자기 자리 같은 건 없어.

아침마다 딛고 일어나는 땅도

어느 땐 길을 가로막고 선 벽이기도 하니까.

편한대로 바꿔 생각하는 거지."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있는 형의 표정은 변화가 없으면서도 희비가 공존했다.


선채로

무용지물에서 젊고 똑똑한 사람이 되기도 했고,

발 밑은 땅이기도 했다가 벽이기도 했다가 그저 그런 바닥이 되기도 했다.



캡처2.PNG Saved by ra 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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