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3 목적지를 찾다 보면 내가 있는 곳을 잃어버린다.
길을 잃어버리면 익숙하게 핸드폰을 꺼낸다.
나의 위치와 목적지를 적으며 먼저 확인하는 건
늘 지금 내가 있는 위치다.
목적지를 잃은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를 잃었다는 표현이 적합할는지도 모른다.
바보처럼 늘 목적지 근처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서.
목적지를 찾다 보면 내가 있는 곳을 잃어버린다.
"여기가 어디더라? 너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알지?"
형은 멍한 모습으로 건너편 가로등 어딘가를 바라보며 내게 말을 한다.
도로 안으로 늘어진 형의 그림자가 지나는 차들에 쓸려 뭉개진다.
"걱정 마, 형. 길 찾는 거라면 자신 있어. 그게 내가 하던 일인데 뭐."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대충 길을 읽는데 문자가 뜬다.
'니 집에 안 오고 뭐하노'
엄마의 핸드폰으로 하연이가 보낸 문자를 보니 뒤통수가 아린다.
혼자 집에서 버티고 있을 녀석이 안쓰럽다.
아파트 앞에 주차를 대자마자 형이 헬멧을 쓴 채로 집으로 달려간다.
입구 앞에서야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든다. 형의 헬멧 속이 뿌연 안개로 가득하다.
"내일 봐!!"
그저 손을 흔들어 웃어 보인다. 마침내 나 역시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현관문을 열어 어둠 속에서 익숙하게 신발을 벗는다. 신발이 허물처럼 덜렁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니는!"
어둠에서 쩌렁하게 울리는 하연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아아아!!"
"니는 요새 뭐하자고 일도 안 하면서 늦게 다니노?"
급한 대로 핸드폰을 꺼내 불을 밝혀 하연이를 비추자 귀신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천천히 벽을 더듬어 전등을 켠다.
하연이의 장난감과 책들이 현관 앞에 놓여있다.
"야! 이게 다 뭐야? 밥은 먹었어?"
"뭐기는! 나도 집 나가려고. 니한테 짐 되기도 싫고 내 밥 걱정은 하지 말고 니 하고픈 대로 다 하면서 살아라."
"니는 어디서 그런 말을 자꾸 배워오노?"
"니는 몰라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