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 우리 집안사람들은 누구도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하연이는 그저 덤덤히 물건들을 가방에 쓸어 담는다.
언제 적 서울로 이사 오면서 챙겨 들었던 가방 속으로 녀석의 짐들을
채워간다.
"미안타. 내가 잘못했다."
아랑곳하지 않고 작은 손으로 물건들을 옮기는 녀석이다.
벽을 향해 손을 뻗어 불을 밝힌다.
녀석은 가만히 눈물을 흘리며 가방 속에서 바닥으로 자신의 물건들을 다시 꺼내고 있다.
우리 집안사람들은 누구도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그런 내력은 하연이에게까지 남아 서로가 우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함께 공간을 채우며 사는 가족들끼리 각자 가만히 울어댄다.
덕분에 누구를 달래는 법도 배우지 못해
지금 이 순간 나는 녀석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알 수 없고 나 역시 스스로를 달래지 못한다.
"밥 도."
울음을 먹으며 간신히 내뱉는 소리에 대꾸하지 못하고 주방으로 간다.
다행히 여전히 남아 있는 김치와 멸치조림을 꺼내어 조촐한 한 상을 차린다.
자연스레 다가와 밥상에 앉은 하연이가 작은 입을 오물거린다.
"내일은 새 밥 해야겠다."
"응."
녀석의 작은 입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그제야 서로의 소리가 들린다.
"쾅쾅"
"아이씨, 이 아침에 누구야."
"누구세요?"
"상연아! 출근해야지 뭐하냐?"
"승범이 형?"
"나와! 요 앞에서 기다릴게."
엉겁결에 출근 준비를 하고 밖을 나선다.
형은 비싸게 주고 산 양복을 차려입고 반듯한 모습으로 서서 핸드폰을 내밀어 길을 찾아 보여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빌론"이라고 적힌 작은 건물 앞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여기 2층이야. 가자."
형은 잔뜩 긴장한 채 노크를 하자
마침내 바빌론의 문의 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