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몽타주/낮
해솔이 잠에서 깨지 못한다. 핸드폰이 울리지만 일어날 생각이 없다.
김형사와 형사C가 사건 현장을 서성인다.
경찰서 앞 식당에서 뉴스가 나오고 있다. 두 번째 성폭행 살인사건이 보도
된다. 화면에 검은 봉지와 사건을 재구성한 그림이 나온다.
피해자의 머리에 검은 봉지가 씌워져 있고 손은 타이로 묶인 채.
해솔이 일어나 쓰린 속을 부여잡는다.
미옥이 뉴스를 보다 벌떡 일어나 냉동실에 넣어둔 생선 대가리가 담긴
검은 봉지를 들어 보더니 냉장실에 넣고 가판을 정리한다.
#20. 사건 현장/오후
김형사와 형사C가 참담한 표정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감식반이 무언가
를 찾았다며 김형사와 형사C를 향해 소리친다.
형사C (입술을 물고)뭔데? 뭐야?
김형사 (형사C를 밀치고)이건.
형사C (오버하며)이거 신발 자국 인가?
김형사가 미간에 두 날을 세우고 유심히 본다. 감식반이 다가와 사진을 찍
고 패턴을 본뜬다.
김형사 (사체에 다가가)봉지 잘 벗겨!
이번엔 뭔가 달라. 주기가 빨라지면서 실수를 하게 되는 건가?
김형사와 형사C가 건물 밖으로 나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형사C (코를 킁킁거리며)어때? 뭐가 잡혀?
김형사 너부터 풀어봐.
두 사람이 차를 향해 걸어간다.
형사C (자꾸 킁킁거리며)아니, 나는, 저.
김형사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건네며)아이씨! 더럽게 그러지 말고 풀어!
형사C (코를 풀며)아니. 내가 지하실 알레르기가 있어. 먼지, 향수, 뭐 이런 거
(다시 코를 풀며)있잖아. 그런 거.
아- 시원하다. 아무튼 나는 이번 사건이 모방범은 아닌 거 같아.
김형사 으흐흠. 이유는?
형사C 이건 어디까지나 촉인데. 이 새끼가 냄새에 묘한 감흥이 있는 것 같아.
김형사 (인상을 구기며)뭐?
형사C 아니, 그런 거 있잖아. 뭐 정확히 설명은 어려운데 느낌이- 느낌이 그래.
김형사 야 인마! 네가 언제부터 작두 탔냐?!
형사C (손수건을 전봇대로 던져버리며)그게 아니라. 모방범이면 최근에 영화 나
온 걸 바탕으로 했을 텐데, 정보를 수집했대도.......
거기서 향수 이야기가 나와? 안 나오잖아! 나와 그게?
김형사 (혓바닥으로 볼을 밀며)그건 그런데.
(의심어린 눈으로)넌 어떻게 알았어?
김형사의 어깨를 치면서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다가오란 수신호를 보낸다.
형사C (킁킁대며)너.
김형사 아- 이런씨. 더럽게.
형사C 너 아직 반지하 살지?
김형사 뭐?
형사C 우리 친하냐? 너 나 어디 사는지 아냐?
김형사 (묘하게 동의하며)그렇지?
형사C (자신의 코를 가리키며)내가 코가 괜히 큰 게 아냐. (피식 웃으며)
김형사 (형사C의 코를 가리키는 손을 치며)야. 콧물이나 질질 흘리고 다니지 마.
김형사가 차에 시동을 걸고 혼자 가버린다. 형사C가 걱정스런 표정이다.
형사C 이번엔 꼭 잡는다.(주먹을 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