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달빛 소동

by 요거슨 댈리

“오빠야. 눈 떠봐라. 비 온다. 비.”

‘아, 귀찮아.’

“아! 왜? 비 오는 거 처음 보나? 가시나. 시끄럽게.”

하연이 귀찮도록 나를 흔들어 깨운다. 처음엔 손으로 콕콕 찔러 대더니 급기야 발로 차기까지 한다.

“오빠야는 만날 잠만 잘 거가? 내 배고픈데.”

“아이씨. 가시나야!”

“왜!”


하연의 우렁찬 목소리에 귓구멍이 뻥하고 뚫리더니 눈을 뜨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쉽사리 눈을 뜰 수가 없다.

분명 눈을 뜨자마자 서럽게 눈물 폭탄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까.

‘내가 눈을 뜨나 봐라.’


조심스럽게 손으로 바닥을 더듬으며 하연이를 찾는다. 잡히는 것이 없다.

와다닥하고 달려 나가는 소리를 들린다. 왼쪽 눈부터 가늘게 떠본다. 기다렸다는 듯이 하연이의 발이 보인다.

“니! 내가 간 줄 알았나?”

“어, 어, 하지 마라. 하지 마라니까. 조그마한 게 왜 이렇게 별나니? 아!”


하연이가 족집게 같은 손으로 가늘게 뜬눈을 잡아 벌린다.

“아!! 눈 찢어진다니까! 놔라! 알았다. 놔라!”


아픈 건 난데 정작 자기가 억울하다는 듯이 목청 꺼 울어댄다. 미운 7살을 체험하고 보니 나는 벌써 어른이 된 기분이다. 장담하는데 이 녀석이랑 딱 한 달만 살아도 세상의 웬만한 진상들은 부처처럼 느껴지게 될 것이다.

7살의 특징이라면 자신의 사지를 이용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능수능란하게 조정하여 울었다 웃었다 화냈다를 적재적소에 사용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알았다 안카나. 왜? 일어났다.”

“밥도.”

“이씨. 피곤한데. 가시나.”

“니는 학교도 안 가면서 만날 뭐가 그렇게 피곤한데?!”

“일 한다 아이가! 입 다물어라. 가시나야!”

“치! 밥도!”


남자들은 상대를 보면 자신이 상대의 아래인 지위인지를 단박에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다. 그런 후 서열이 메겨지면 자연스럽게 딸랑이를 흔들지 말을 놓을 지가 정해 진다. 그리고 나는 7살 하연이를 위해 딸랑이를 흔들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자, 밥!”


발칙하게도 금세 웃으며 달려온다. 그러고는 내 옆에 꼭 붙어 앉아 나를 바라본다.

“휴...........”


숟가락에 밥을 퍼 하연이의 쩍 벌어진 주둥이로 밀어 넣는다.

“못난이 가시나. 맛있나?”

“응, 오빠야.”


12살 때부터였다. 그리고 19살이 된 지금까지 나는 하연이의 밥이다.

“아, 오늘은 비 와서 힘들겠다. 오토바이 다 젖었을 건데.”

하연이가 입을 오물거리다 삼키지도 않고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대꾸한다.

“오빠야, 조심해.”


조그만 게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 허탈하고 기가 막힌다. 난동 부리는 괴물이 따로 없다가도 밥만 먹여주면‘오빠야. 오빠야.’ 하면서 위장까지 간지럽게 만든다. 자존심이 상해서 안 웃어야지 하다가도 어쩔 수 없이 웃게 된다. 이럴 때면 사실상 자존심은 더 많이 상하는데도 행복해진다.

“알았다. 밥 띠거리 튄다.”


뭐가 그리 좋은지 숨이 넘어갈 듯이 웃어댄다. 밥풀이 밥상 위로 흩어져 떨어진다.

“나 나간다.”

“응. 오빠야. 잘 갔다 와.”

“그래. 어지럽히지 말고!”


하연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매일 이 시간이 가장 두렵다. 혼자 남아 집을 지킬 하연이의 얼굴을 보는 게 서럽다.

거지 같은 기분이다.

더욱 거지 같은 건 이런 일에 벌써부터 익숙한 어린 동생을 보는 일이다.
내리막길을 따라 흘러내리는 빗물에 나도 같이 흘러내린다.
물살을 버티고 걷는 것보다는 함께 쓸려 흘려가는 것이 편하겠다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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