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바닥에 유난히 푸른 빛깔을 내는 테이프
우리 가족은 저주받은 게 분명하다.
가난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숙명 같다.
신발 바닥에 유난히 푸른 빛깔을 내는 테이프가 어울리지 않는다.
사장님이 신발 바닥을 보며 다독인다.
“센스 있는데?!”
“네..........”
“보성아. 탕수육 나왔다.”
“네.”
전화벨이 울린다.
“네. 지금 출발했습니다.”
눈치를 보니 탕수육 전환가보다. 얼른 랩을 입혀 철가방에 담는다.
“보성아. 서비스로 콜라 하나 가져가 봐. 목소리가 또 지랄하게 생겼다. 조심하고.”
“네.”
철가방이 피자집이나 치킨 집처럼 보온통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탕수육처럼 큰 접시는 번번이 철가방에 걸쳐져 제대로 닫히지도 않으니 커브를 돌거나
비가 오는 날엔 젖어버리기 일쑤다.
“서울반점입니다.”
“야이 씨, 왜 이렇게 늦냐?”
“죄송합니다. 비가 와서....... 콜라는 서비스예요.”
“그래. 알았다. 얼마냐?”
“만 팔천 원요.”
문이 닫힌다.
사람들은 화를 내다가도 일단 먹을 걸 받아 들면 더욱 배가 고파져서 인지 나 따위는 귀찮아하며 잔소리하던 일을 그만두고 급하게 돈을 내민다.
가끔 얼마냐고 묻는 사람들이 부럽다.
얼마인지 가격도 제대로 보지 않고 음식을 시켜먹는 게 그냥 부럽다.
오늘따라 생각이 많다. 아파트를 내려가다 잠깐 동안 창문을 바라본다.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홀로 선 가로수가 휘청거린다.
나의 기분이 부정적인 탓인지 나무가 자꾸만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뒤로 보이는 앞산의 나무들은 미동도 없어 보인다.
오른쪽 발바닥이 꿉꿉하다.
핸드폰이 울린다. 사장님이겠거니.
‘빨리 가야겠다.’
“오늘도 다 갔네. 정씨. 주방만 정리하고 문 닫아요. 나 먼저 갑니다.”
“네. 사장님. 가보세요. 제가 싹 다 정리하고 문다겠습니다.”
“그래요. 갑니다. 보성이도 수고했다.”
사장님이 문을 나서자 정씨 주방장님의 일장연설이 시작된다.
내용은 매번 똑같다.
자신도 나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를 잘리고 배달부터 시작해 성실히 요리를 배워 주방장이 되기까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속으로는 저는 잘린 게 아니라 자퇴한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참는다.
어쨌건 아저씨는 나름 자신의 삶에 만족하시는 분이다. 다른 곳의 주방장들처럼 청소를 대충하지도 않고 매일 밤마다 술을 마시며 보내지도 않는다.
“비가 와서 자전거 타고는 못 가시겠어요.”
“응. 괜찮아. 오늘은 걸어왔어.”
아저씨의 종아리와 팔뚝이 유난히 두둑하다. 생긴 모양과는 다른 반전 있는 남자다.
“보성아. 탕수육 싹 가져가.”
뿌듯한 미소로 탕수육을 랩으로 감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에선 상냥함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어?”
“오늘따라 너 고생한다는 생각이 팍 드는 거야. 그래서 만들어봤지.”
아저씨의 말에서는 싹과 팍 이 빠지면 어색할 것 같다.
“감사합니다.”
비가 그쳤다.
비가 내린 덕분에 더위가 가신다. 공기까지 맑아진 기분이다.
양 손에 먹을 것이 쥐어지니 나 역시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보성이 밤하늘, 별을 바라보며 웃는다.
시간이 안 간다.
속은 갑갑하다.
어쩌면
요즘처럼 1분이 1시간 같은 날이 계속된다면
이 별에서 저 별까지
보다 빨리 도착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연아. 오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