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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거슨 댈리 Aug 26. 2016

보이시나요, 쌍무지개!

초록초록 비 오는 브리즈번-

친구가 깨길 기다리고 있어요. 
26일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니까요.
32살, 이런 미친 결정을 함께한 그녀-
광복절 특사처럼 8.15 친구는 캐나다로 갔습니다.
그리고 호주에 미친 여자는 
그런 친구가 깨어나 자신의 카톡을 보길 기다리며 
거울 속에 
코를 벌렁이며 웃긴 표정을 지어봅니다.
지금 
당신은 자신을 웃게 하기 위해 
뭘 하고 있나요?



요즘 저의 삶은 참 

단조로워요.


일-집-일-집


어제까진 5시에 깨어나 출근 준비를 했어요.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일찍 일어나는 생활에 익숙하다 보니

6시에 나가도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물론 7시보단 적지만;;


기분이 좋아요. 

환한 빛 속으로 달려가는 차-

이따금 비가 와요. 

그래도 기분이 좋아요.

무지개가 떠요. 쌍무지개가 떠있기도 해요. 그래서


사진 찍고 싶은 일이 많아졌어요, 한국에서 살 때보다. 


익숙하지 않아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사진을 찍어요, 소심하게. 


마냥 좋기만 하냐고요?

That's no no-


전 지금 함께 일하는 mate와 전쟁 중입니다.

그 친군.......


저보다 3일 정도 일찍 들어왔어요. 하지만, 일을 잘 못 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못한다기 보단,


타인의 선의나 호의를 
자신의 편의로 이용해요.


- 이 소스 어딨는지 아세요?

- 다시 한번 보여주세요, 잘 모르겠어요.

- 안 배웠어요.

- 할 줄 아세요? 도와주세요.

- 전 일을 못할 뿐이에요.


그녀의 주 레퍼토리죠. 

하지만 우리들 중 그녀가 의도적으로 호의를 악용하고 있단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단 게

문제일 뿐.


본인이 똑똑하고 할 말을 다 하는 사람이라고 믿는

그녀지만 

홀로 눈치가 없단 걸, 티가 많이 난단 걸 몰라요..;;


선임이었던 20대 초반의 두 아이는 

제게 미리부터 당부했죠.


"언니 쟤, 꾀부리면서 일 안 해요. 고생하실 것 같아요."


덕분에 한동안 열. 일. 했어요.

달이 정말 땡그랑해서 찍었어요

결국

전 아주 쬐금, 본성을 드러냈어요.

저의 호의마저 편의로 쓰기 시작했거든요.


"언니는 케셔 못 해요-"

"왜? 사장님에게 말하면 될걸?"

"아니요~ 제가 일을 못하잖아요. 그러니까 언니는 롤 담당하셔야 해요. 어! 사장님 온다."


황당했어요. 일을 못하는 걸 핑계로 힘든 일을 피하고 있었던 거죠.

알고는 있었지만 

빵구똥구같은 말투라니? 

대꾸할 수 없었어요. 전 30대니까요. 

아이 같은 그녀의 태도를 타일러야 할지, 훈계랍시고 화를 내야 할는지........


저의 선택은 
죽음과 같은 침묵-


나름 '카리스마 *'으로 불렸던 저이기에 잘못을 덮으려는 그녀의 시도를 

모두 묵살했죠. 


"아- 언니, 그게 아니라.... 제가 잘못했어요."

"아니. 난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네 태도와 생각에 대해 실망했어. 더 이상 그 일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아니, 그게-"

"나중에 밖에서 이야기해. 지금은 일하자."


더 심한 말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지금 그녀는 

갑자기 일을 잘 하기 시작했어요. 무던히 저의 눈치를 보며 일을 하고 있지만, 

아마 얼마 가지 않아 다시 꾀를 부리려고 시도하겠죠. 


맛있는 초콜릿 가게래요. 카톡 기록이 지워져서 이름을 못 찾겠네요.


전 그녀와의 기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잠이 옵니다.


친구는 깨지 않네요.


잠이 너무 많이 와서 맞춤법검사를 못하고 발행합니다.

집에 아무도 없다고 

음악 켜놓고 춤췄거든요.


무리했네요. 


한국에서의 삶에 비하면 

호주 삶은 살균하는 기분이랄까?


금욕의 끝은 어디인가.......




Dear. U

생일 축하해.

20년이 되어가는구나-

세상에나, 우리 늙어간다. 


늘 하는 말이지만,

네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

운이 좋아서 만나진 건 아닐 거야.


넌 그런 사람이잖아.

누군가를 위해 웃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네 삶에서 타인을 위해 내어주는 시간이 

상당한 사람. 


나 같이 

내 시간, 내 삶에 집착하는 인간에게

넌 

커다란 창문 같아. 벽면 전체가 통유리인 집?


네가 얼마나 멋지게 빛나는지 

넌 몰라-

이런 투명한 녀석. 

네가 얼마나 많은 걸 투영하는 존잰지.


생일 축하해. 


걱정하지 마.


넌 

계속 행복해질 거야.


5-6년 뒤에 우리가 말한 호텔 커피숍에서 봐. 

굿럭!


From. 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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