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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거슨 댈리 Sep 03. 2016

Greeting의 여왕 되기!

인사를 밥 먹듯이 하고 
수다를 죽 먹듯이 하라.

현지인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Hello! 주저리주저리 주저리?"

"Ja~ Hello! Thank you~"


"Oh, 주저리주저리주저리? 주저리주저리 주저리_ (할리우드 액션) 주저리?"

"(두고 봐, 난 이 대화에서 지지 않을거야!!)Maybe 궁시렁- It's Okay~"

"Did U 주저리주저리?"

"(그만 좀 물어 그만 좀 물어대란 말이야!!)궁시렁."


위 대화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호주 사장과 여종업원이 오픈 중인 시각, 동양인 등장-


호주 사장이 어서 오라며, 여종업원이 주문을 받을 텐데 커피를 기똥차게 잘 만든다고, 

그녀가 곧 널 도와줄 거라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그나저나 어디서 왔냐고, 기분은 어떠냐고, 잠은 잘 잤냐고.......


-대체 주문은 언제 받는 거지? 싶을 때 여종업원이 뭐 마실지 물어 보더군요.

숨 막혀 죽을 뻔했다는;


혹시 아이스 모카 좋아하시는 분!

처음에 주문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아이씨드 모카 플리즈' 했네요.

Iced Mocca.....아이씨_


보통 아이스트 모카라도 

얼음을 넣어달라고 하지 않으면 

25도를 맞춘 모카를 만들어 줘요.

거기에 휘핑으로 아이스크림을 올릴 건지, 크림을 올릴 건지 물어 보더라고요.


당연히 아이스크림-!


어쩐지 

일을 하면서 하루에 한 끼만 겨우 챙겨 먹는데 살이 안 빠지더라니;;

밥만 한 끼 먹었을 뿐 무지 잘 챙겨 먹고 돌아다니고 있었네;


아마 서양권 사람들은 대부분 챗 티 챗 티 하다고 느껴질 겁니다.

한국처럼 주문이나 빨리 받고 

계산만 딱 하고

얼른 만들어 줘야지.


하지만!!

Greeting을 보면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인다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동양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거나, 

나쁜 인상이 아니라는 표현이 Greeting에 그대로 묻어나요.


문 밖을 나서면서부터 바로 시작되는 인사에 인사들-


버스를 탈 때도 헬로, 

내릴 때 땡큐-


간단한 두 문장만으로도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 금방 표가 나거든요.


처음엔 별생각 없이 

단순한 아침 인사로 보낸 굿모닝에 대답하지 않았다가,

"너 저번에 내 인사 씹었잖아- 됐어."란 소릴 듣기도 하고........;;

그게 나 새벽 5시에 일어나서 3시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데다가 

돌아오면 밥 먹고 너무 피곤해서 그랬어란 변명은 통하지 않아요.


인사가 뭐가 그렇게 어렵니? 어허- 란 반응.


소중한 하루 한 끼 식사 

요즘은 밥 집에서 일하며 밥 안 준다는 스시샵에서 노역을 하느라 

한국에서처럼 

당분으로 에너지를 채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모닝커피는 필수가 되어버렸네요. 

무척이나 친절한 커피 주인은 매일 질문 발사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좀 피곤하다고 했다가, 어제 늦게 잤냐는 둥 어쩌고 저쩌고..ㅠㅠ

결국 대꾸 포기!


"저, 영어 잘 못합니다. 여기 온 지 한 달 좀 넘어서요.(미소 + 질문 금지)"

라고 웃으면서 정색했지요.


그래도 끊임없는 질문지 같은 가게 사장은 

매일 저와 대화를 도전하는 중이라는;;


물었다가 제가 그냥 미소만 짓고 있으면 

"아! 너 영어 잘 못한댔지....."라며 혼잣말로 마무리하는 일상;


시내를 벗어난 대부분의 

소규모 카페에선 Greeting으로 여유롭게 커피를 만들어 줍니다.


한국에선 대화가 없는 침묵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빠르게 커피를 만들어 내야 하지만, 
여기선
여유롭게 커피를 만들기 위해 침묵 대신 대화를 하는 거죠.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제가 일하는 초밥 샵은 작은 한국입니다.

위장을 말끔하게 비워내더라도 일만 잘 하면 잘 사는 거라는 식이죠.

빠른 회전율을 위해 

손님과의 Greeting보다는 침묵을 선택하는.


불만은 많지만 워낙 나쁜 한국인 사장들이 많기에 

제가 일하는 곳 사장님은 좋은 분으로 불립니다. 

달리 

욕을 하거나, 잔소리를 하거나 

밥 안 주는 것 외엔 별다른 부당한 대우는 없으니까요. 


본인 역시 3시가 다 되어서야 점심을 먹으러 가고 보통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20분이면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요.


힘든 건 참아도 부당한 건 참지 마라. 
그건 나쁜 버릇이야.


라고 동생에게 충고하는 저지만,.


매일 가는 가게에 조용하고 싶은 데 매번 인사치레를 한다는 건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에요.


하지만 우리,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침묵 대신 고된 노역으로 메워야 하는 시간, 그 노동자의 삶보단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대화하는 것으로 시간을 잊는 노동자의 삶.


대화는 의외로 많은 순기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대화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우린 가끔 직업이나 학력, 사는 곳, 나이 따위의 

신상을 캐묻는 무례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잘 모르겠네요-

언제까지나 침묵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을지. 


우리가 참고 견뎠다고 하소연하는 많은 
침묵들의 결과는
오늘도 내 가족과 친구


어머니의 고된 노역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네요. 


어쨌거나!

전 내일 아침부터 다시 '헬로, 굿모닝, 땡큐'를 시작합니다. 

Thank U!!



오해하지 마세요~

이 곳에선 대부분 동양인이라면 

중국인->일본인으로 알고 있어요. 

한국은 잘 모르더라고요. 외곽으로 가면 갈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많은 현지인들 중에 

동양으로 여행을 가본 경험을 가진 사람은 굉장히 적어요. 


그러니 그들이 

동양인에게 던지는 낯선 시선은 

무시와 일맥상통한다고 보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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